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조짐을 놓고 양측이 기싸움을 벌이면서 대화 복원을 위한 동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북한에 대해 강온 양면 전략을 펴고 있는 미국이 그나마 인도주의적 교류를 통해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의지를 보이는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전략은 북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일괄 타결하는 기존의 ‘빅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점진적·단계적 접근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여전히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오는 2021년 1월인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핵분열 물질에서부터 대량살상무기(WMD)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비핵화’ 방침도 제시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FFVD가 성취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그것이 우리가 애쓰고 있는 시간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최대한 빨리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대담한 방식에 확실히 몰두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도전은 갈수록 더 커지고 북한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그러나 비핵화 시간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비핵화 수준이라며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당국자는 “시기가 아니라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협상에 대해 “우리 생각의 일부는 아직 우리 것인 채 북한이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남아 있다”며 “그것은 아주 고된 과정”이라고 토로했다.
북한의 비핵화 대상도 더욱 구체화했다. 그는 “내가 말하는 FFVD는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핵심 부분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핵분열물질과 핵탄두 제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량 제거 또는 파괴, 모든 WMD 영구 동결”이라고 분명히 했다. 특히 “미 행정부의 누구도 단계적 접근법을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해 빅딜 전략을 재확인했다.
다만 미국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인도주의적 교류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산가족 화상상봉은 지난해 북·미 대화가 답보상태였을 때 미국이 대북 유화책으로 적극 고려했던 카드로 9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해 11월 중순 미국 내 이산가족 단체들을 접촉하고, 화상 또는 전화 상봉 절차와 시기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미 이산가족 단체들도 국무부에 제출할 명단을 작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산가족 화상상봉은 2차 정상회담이 미뤄지면서 함께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다시 추진된다면 북·미 간 대화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