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융커 집행위장 합의 / '노딜' 혼란 방지위해 EU 양보 / 보수당내 강경론자 주장 반영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합의안의 안전장치(백스톱) 조항을 수정하기로 합의했다. 노딜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EU가 일단 한 발 물러서 양보해 준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등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찾아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두 시간여 논의 끝에 브렉시트 합의안의 안전장치 조항을 수정키로 했다.
양측은 영국과 EU 사이에 추가 협정을 맺어 EU가 안전장치 조항을 이용해 영국을 무기한 EU관세동맹에 잔류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기로 했다. EU가 영국을 EU관세동맹에 잔류시키려 할 때 영국은 이의를 제기하고 안정장치 적용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안전장치를 수정한 것은 영국 내 보수당 중심으로 한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브렉시트 결정 후 영국은 EU와 탈퇴 절차에 대해 1년 8개월여에 걸친 협상을 진행, 합의안을 만들었다. 2020년 말까지 전환기간(이행기간)을 두어 EU탈퇴를 준비한 뒤 2021년에 EU를 탈퇴하는 내용이다. 단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헐거운’ 국경을 두어 자유왕래를 가능케 해온 벨파스트협정과 브렉시트 결정이 충돌하는 문제와 관련, 만에 하나 전환기간 내에 해법을 찾지 못하면 임시로 EU관세동맹에 남아 탈퇴를 준비키로 했다. 이른바 ‘안전장치’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이 안전장치가 무기한 적용될지 모르고, 결국 브렉시트를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반발해왔다.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가 실제로 가동될 일이 없게 하면 된다고 설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 합의안은 지난 1월 영국 하원에서 부결됐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의 압박에 메이 총리는 다시 EU와 협상을 시도했다. EU 정부 격인 EU집행위원회는 물론 프랑스 독일 등 다른 회원국들도 수정은 없다고 버텼지만 결국 이날 메이 총리를 만나 안전장치를 수정해줬다. 영국 행태에 불만을 터뜨려온 EU는 더 이상 양보는 없다고 못박았다.
영국 하원은 수정안을 놓고 12일 다시 승인투표를 진행한다. 영국 내 보수당, 북아일랜드를 기반으로 한 민주연합당(DUP)이 찬성하면 합의안은 가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들이 만족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