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사교육비는 학부모들의 ‘등골 브레이커’다. 사교육비가 오르는 이유는 숱하지만 그중 핵심은 대학입시 제도다. 특히 6년 연속으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오른 데는 불확실한 대입제도가 초래한 불안감이 크다. 교육당국의 정책 실패가 낳은 부작용이지만 정작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것은 학부모들이다.
◆사교육비 총액 20조원대로 회귀하나
12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서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사교육비 총액이다. 19조5000억원으로 1년 전(18조7000억원)보다 4.4% 늘었다. 20조원인 셈인데 보수정권 시절이던 2011년(20조1000억원)으로 역주행한 것이다. 사교육비는 2009∼2015년 감소세를 보이다 2016년부터 계속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구체적으로 보면 교과 사교육비가 14조3000억원으로 5%(7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0.6% 증가와 비교해 증가 폭이 커졌다. 과목별 규모는 영어 5조7000억원(전체 중 29.1%), 수학 5조5000억원(28.5%), 국어 1조4000억원(7.1%)순이었다. 영어 사교육비 규모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2017년 조사 때는 2.2%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4.6% 증가했다.
사교육을 받은 초·중·고 학생만 놓고 보면 월평균 사교육비는 39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 38만2000원보다 1만7000원(4.6%) 오른 금액으로 초·중·고등학교에서 모두 올랐다.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54만9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오락가락 대입제도가 화근
교육 당국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입제도의 불확실성이 가중된 것이 사교육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교육비 폭증은 관련 대책이 전무한 문재인정부가 일으킨 예견된 참사”라면서 “정부가 (사교육과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면 국민적 저항에 봉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이 정부가 입시정책과 관련해서 ‘1년 후에 다시 결정하겠다’거나 ‘유예하겠다’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까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친 것”이라며 “학교나 정부를 믿을 수 없으면 결국 사교육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면서 “교육부는 내신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아 2023학년도 대입개편안을 하반기까지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학력 중시의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수는 줄었지만 사교육은 되레 증가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며 맞벌이 가구도 증가해 ‘한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부모들이 많아진 것도 사교육비 상승의 원인이다. 지난해 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558만명으로 1년 전(573만명)보다 줄었지만 전체 학생 중 유료로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비율을 의미하는 ‘사교육 참여율’은 72.8%로 1년 전보다 1.7%포인트 올랐다. 맞벌이 가구에서 학생 1인당 지출하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30만7000원으로 1년 전(28만6000원)보다 7.4% 늘었다. 외벌이(27만9000원)나 부모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가구(11만6000원)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자녀 수가 적을수록 아이 한 명에 투자하는 사교육비가 높았다. 자녀 수가 1명인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4000원이었고, 2명인 가구는 30만8000원, 3명인 가구는 22만5000원이었다.
◆사교육비 양극화는 여전… 저소득층 부담 가중
지난해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모든 소득 계층에서 1년 전 대비 늘었다. 그렇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달라진다.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이 채 되지 않은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9만9000원으로 전체 소득 계층 중에서 가장 낮았는데, 증가율은 5.9%로 전체 계층 중 가장 높았다. 저소득층은 지난해 사상 최악 수준의 저소득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한 것은 여러 군데 일을 하면서 근로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아이를 학원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교육 참여율도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에서 수치 자체는 47.3%로 전체 계층 중 가장 낮았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3.3%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200만∼3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도 59.4%로 0.6%포인트 늘었고, 300만∼400만원 미만 가구의 참여율 역시 70.7%로 2.1%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최상위 소득 구간인 800만원 이상 가구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이 84.0%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이천종 기자, 이동수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