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분증 내고 ‘버닝썬’ 들락거린 현직 경찰관 내사 중

강남서 소속… 부적절한 접대 있었는지 등 조사 / ‘버닝썬-경찰 유착 고리’ 前경찰관 구속영장 청구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 클럽에 들락거린 강남경찰서 소속 한 현직 경찰관을 내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찰관은 버닝썬에 경찰 신분을 밝히고 들어가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버닝썬과 경찰 사이의 ‘유착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강남경찰서 경찰관 A(37)씨가 버닝썬에 경찰 신분증을 제시하고 입장했다는 첩보를 입수, 내사에 착수했다. 버닝썬에 들어갈 땐 클럽 MD(영업 직원)를 통해 예약을 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A씨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A씨 외에 비슷한 행위를 한 경찰관이 더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A씨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클럽 관계자들을 상대로 A씨가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는지 등을 조사하는 한편, ‘아레나’ 등 강남 지역 다른 클럽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를 살필 방침이다.

 

경찰은 유착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전직 경찰관 강모씨에 대해 재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청구했다고 이날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7월 버닝썬에서 ‘미성년자 출입사건’이 터지자 이를 무마해주겠다는 명목으로 클럽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모 화장품 회사 임원이기도 한 강씨는 당시 버닝썬에서 계획 중이던 대규모 홍보행사를 앞두고 행사 차질을 우려해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다. 앞서 경찰은 강씨의 부하직원 이모씨의 ‘지시를 받고 돈을 받아 배포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보완을 지휘했다.

경찰은 이후 강씨와 이씨, 뇌물 공여자로 거론된 버닝썬 이모 공동대표 등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수사에 협조적이던 이씨가 돌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유착 의혹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경찰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이 공동대표는 강씨 측에 2000만원을 건넨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그는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이 불거진 이래 구속되는 첫 사례가 된다. 이 의혹과 관련해 입건된 현직 경찰관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얼마 전 “경찰관이 유흥업소와 유착됐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많은 직원이 관여됐어도 모두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주영·김청윤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