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3일 공개한 정부 기관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결과를 들여다보면 국민 세금을 허투루 사용한 흔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제한업종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가 하면 집행한 뒤에 제대로 증빙을 안 한 사례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날 대통령비서실과 행정안전부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사용한 업무추진비 내용을 감사해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에 행안부 장관, 남양주시장, 국민경제자문회의지원단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법무부 장관 등 5개 기관장에게 관련자들을 징계·주의 요구하거나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업무추진비를 전용절차(업무추진비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승인받는 절차) 없이 목적 외로 사용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업무추진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호관찰소 등 소속기관의 업무추진비 약 3646만원을 본부 직원 간담회 등을 위한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도 사업추진비 약 1억5350만원을 전용절차나 세목 간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목적 외 경비로 썼다.
문화체육관광부·기재부·과기정통부·국무조정실·행안부·감사원 등 6개 기관은 심야·휴일 등 금지 시간대에 총 1394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면서도 증빙서류를 갖추지 않았다.
또 기재부·과기부·법무부·행안부·국무총리비서실 등 5개 기관은 업무추진비 총 1억8374만원에 대해 건당 50만원 미만으로 집행한 것처럼 분할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5건의 해외 출장에 따른 연회비·선물비 등 452만원을 직원에게 현금으로 지급한 사실도 나타났다.
당초 기재부는 52개 중앙행정기관에 대한 업무추진비 감사를 청구했으나 감사원은 한정된 감사인력을 고려해 11개 기관을 우선해 감사했다. 기재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유흥주점 등 12개 제한업종에서 정부구매카드가 결제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정부구매카드사가 업종코드를 국가재정정보시스템에 정확히 전송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