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판결 논의 또 평행선…중재위는 언급 안 해

韓·日 국장급 협의 재개 / 가나스기 ‘청구권협정 3조’에 근거 / 1월 요청한 외교적 협의 이행 촉구 / 韓 ‘사법부 판단 존중’ 입장 재전달 / 이르면 내달 日도쿄서 재개최 전망

14일 강제징용 배상판결 관련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가 재개됐다. 약 한 달 만에 양국 국장급이 만난 이번 자리에서 양측은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며 협의를 이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김용길 동북아 국장을 만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한·일 청구권협정 3조에 근거해 지난 1월 요청한 ‘외교적 협의’에 한국이 응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밝혔다. 다만 일본 측은 이날 중재위 구성 등 외교적 협의 다음 단계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 것으로 전한다. 이와 함께 겐지 국장은 3·1절인 지난 1일 부산 일본총영사관 인근에 임시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관련된 우려도 우리 측에 전달했다.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오른쪽)이 14일 오후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을 위한 국장급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남정탁 기자

우리 측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다시 한번 전달하면서도 일본이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양국 관계 전반과 연결시키는 데 대해선 우려하고, 동시에 신중한 접근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에서는 기타 한·일 현안도 언급됐다.

 

정부는 일본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언급한 ‘경제적 보복 조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이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일본 측에 (경제적) 대응 조치의 부적절성을 거듭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협의서는 송금 정지, 비자발급 정지 등 구체적인 보복 조치 항목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선 우리 경제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기보단 냉정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한다. 전날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일본의 보복 조치와 관련,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대상으로 한 강제집행 ‘데드라인(마감시한)’을 3월로 예고해 잠복했던 한·일 갈등이 이달 다시 표면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달 만에 재개된 국장급 협의는 이르면 다음달 일본 도쿄에서 다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