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캠퍼스”… 개방형 대학 미래교육으로 육성한다

정부, 4차산업혁명 시대 맞아 ‘벤치마킹’ / 하버드보다 입학 힘든 ‘미네르바 스쿨’ / 4년간 세계 7개 도시 기업 돌며 공부 / 100% 온라인 강의… 교수와는 토론만 / 강사 없이 학생들로만 기업 과제 수행 / 학위 없는 대학 佛 ‘에콜42’ 취업률 높아 / 오직 창업 중심으로 교육과정 전면 개편 / ‘애리조나주립대’ 美 대학혁신 아이콘 돼
미네르바스쿨 학생들이 지난해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국내 기업 ‘SK엔카닷컴’ 프로젝트에 참가한 모습. 당시 학생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처음 차를 구매하는 유저들의 성향을 분석, 각 유형에 맞는 차량을 매칭시켜주는 서비스를 SK엔카닷컴과 협업해 개발했다. SK엔카닷컴 제공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으로 새로운 미래교육을 여는 원년이다.”(유은혜 교육부장관 2월28일 ‘대한민국 새로운 교육 100년과 국가교육위원회’ 토론회)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미래교육’이 올해 교육계의 화두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올해 미래교육체제를 만들 계획이다. 교육부는 최근 자문기구 미래교육위원회를 띄웠다. 미래교육위는 미래교육 추진 의제를 도출하고, 연말까지 미래교육 보고서도 내놓는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미래의 개방형 대학교육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캠퍼스 없는 미네르바스쿨, 미래형 혁신대학

올 초 국내에서 화제가 된 대학이 있다.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이다. 서울대 등 국내 명문대를 합격한 학생이 서울대 진학을 포기하고 선택한 곳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속물적인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네르바스쿨은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신흥 명문 대학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지난해 신입생 200여명 모집에 70개국 2만3000명이 몰렸다. 합격률은 2%다. 하버드대 합격률(4.6%)이나 MIT 합격률(6.7%)보다 낮아 입학이 어렵다.

미네르바스쿨은 물리적인 공간인 캠퍼스가 없다. 강의실도 연구실도, 도서관도 없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전 세계 도시 속으로 흩어진다. 1학년 샌프란시스코(미국), 2학년 서울·하이데라바드(인도), 3학년 베를린·부에노스아이레스, 4학년 런던·타이베이로 수업 장소를 옮긴다. 이른바 ‘국가 순환형 기숙사 생활 제도’이다. 교실과 같은 물리적 공간이 사라졌으니 수업은 100% 온라인이다.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으로 불리는데 온라인을 통해 교수가 제공한 강의영상을 선행학습한 뒤,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교수와 토론식 강의를 진행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 공유 오피스나 기숙사, 카페에서도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미네르바스쿨 학생들의 더 큰 배움은 구글·아마존·우버 등 글로벌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하고, 비영리단체·공공기관에서 협업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지난해 한국에서 2학년 1학기를 보낸 미네르바스쿨 학생들은 국내 기업 카카오, SK엔카닷컴 등과 협업했다.

‘캠퍼스·강의실’의 전통적인 대학 모델을 무너뜨린 혁신 모델은 2014년 인터넷기업을 운영하던 미국인 벨 넬슨이 벤처자본의 투자를 받아 설립됐다.

◆혁신의 아이콘 애리조나주립대, 에콜42…‘개방’과 ‘현장’

애리조나주립대(Arizona State University)는 미국 대학 혁신의 아이콘이다. 최근 4년간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World Report)가 선정하는 ‘가장 혁신적인 대학(The most innovative schools)’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했다.

2002년 취임한 마이클 크로(Michael Crow) 총장의 리더십 아래 대학 혁신을 주도했다. 크로 총장은 대학디자인팀을 구성, 혁신적인 기업과 협약을 통해 새 교육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했다. 창업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편성한 게 돋보인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전통적인 전공·학과 중심 체계를 교수와 학생을 중심으로 확 바꿨다. 기능이 분화된 5개 캠퍼스를 운영하면서 각각의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했다. 모든 신입생이 창업 입문을 수강하도록 교육과정을 바꿨다. 기업과 산학연계로 학생 창업을 적극 지원했다. 타대학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혁신 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데도 성공했다. 총장과 학장, 교수, 행정실장 등으로 구성된 ‘원팀’이 비전 설계와 혁신 대학 디자인을 위한 원칙·목표·추진전략 설정 등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적극 수행한 것이 성공의 동력이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벤치마킹하는 프랑스의 에콜42(Ecole42)는 4차산업혁명 시대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이 목적이다. 프랑스 이동통신사 프리(Free)모바일 최고경영자(CEO)인 그자비에 니엘(Xavier Niel)이 사비를 털어 설립했다. 에콜42는 자기주도학습의 ‘끝판왕’으로 통한다. 교사도 교재도 없고, 학생이 스스로 과제를 선정하고 팀을 꾸려 연구한다. 교사나 교재가 없으니 학비는 무료고, 출석 체크와 같은 일은 불필요하다. 학생들은 도착하면 마음에 드는 PC에 앉아 클라우드에 접속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관심 분야를 공부하면 된다. ‘강사·교과서·학비’의 세가지 부담이 없는 에콜42에는 만 18세에서 30세 사이 청년은 국적 제한 없이 입학할 수 있다. 에콜42의 입학생 선발 방식인 ‘라 삐신’(La piscine, 수영장이라는 뜻)과정도 눈길을 끈다. 4주 동안 진행되는 라 삐신 과정에서 지원자들은 매일 아침 풀어야 할 과제를 받는다. 지원자들은 매일 난이도가 높아가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관련 지식을 모으고, 옆자리 지원자와 협업해야 한다. 유럽 최대 모빌리티 기업 ‘블라블라카’의 핵심 멤버들이 에콜42 출신이고, 글로벌 기업들은 실무능력이 돋보이는 이곳 출신을 갈수록 선호하고 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