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순간 재현된 ‘꿈의 삼각편대’…현대캐피탈 PO 먼저 1승

2018~2019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9월 프로배구 V리그는 새로워진 현대캐피탈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오프시즌동안 자유계약으로 국가대표 왼쪽 공격수 전광인(28)을 영입했고,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통해 한국리그에서 검증된 오른쪽 공격수 크리스티안 파다르(23)까지 데려온 덕분이었다. 여기에 국내 최고 공격수로 명성을 떨치던 문성민(33)까지 더해 ‘꿈의 삼각편대’가 형성된 것. 다만, 팬들의 기대와 달리 정규시즌에서 세 명의 공격수가 함께 뛰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었다. 파다르와 포지션이 겹친 문성민은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부상까지 겹치며 출전시간이 대폭 줄었다. 파다르와 전광인이 기대했던 활약을 펼친 덕분에 현대캐피탈 특유의 공격배구는 여전히 건재했지만 문성민, 전광인, 파다르가 함께 펼치는 고공쇼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조금의 아쉬움이 마음 한편에 남아있었다.

 

현대캐피탈의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16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상대 블로킹 위로 강타를 날리고 있다. 현대캐피탈 배구단 제공

이처럼 조금씩 잊혀져 가던 이 ‘꿈의 삼각편대’가 현대캐피탈이 위기에 빠진 순간 재현돼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은 16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3전 2승제) 1차전에서 우리카드를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20-25 25-21 25-12 23-25 16-14)로 꺾었다.

 

두 팀은 정규리그에서 3승 3패로 팽팽하게 맞섰고, 이중 풀세트 접전을 3차례나 치를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초반 기세를 잡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에이스 리버맨 아가메즈가 돌아오며 사기가 충천한 우리카드가 이 초반 기세를 잡았다. 아가메즈(34)와 나경복(25)이 각각 6득점씩 올리는 호조를 보이며 1세트를 잡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1세트가 우리카드의 승리로 거의 굳어질 즈음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박주형(32) 대신 문성민을 교체투입한 것.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주장인 문성민의 활약을 통해 빼앗긴 기세를 되찾아오겠다는 생각이었다. 위기의 순간에 잊혀졌던 ‘꿈의 삼각편대’ 세명이 나란히 코트 위에 서게 됐다.

 

수비와 리시브에서의 위험부담을 일정부분 감수한 도박수가 보기 좋게 성공했다. 비록 1세트는 내줬지만 세트 후반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2세트와 3세트를 연달아 따냈다. 특히,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문성민이 고비 때마다 서브와 공격에서 알토란같은 득점을 내주며 팀의 사기를 북돋았다. 문성민의 활약 속에 에이스 파다르의 공격력이 완벽히 살아났고, 이날 무릎 통증으로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던 전광인의 한방도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다만, 전광인과 문성민의 좋지 않은 몸 상태로 삼각편대의 위력이 경기 내내 계속될 수는 없었다. 4세트 들어 범실이 집중되며 세트를 우리카드에게 내줬고, 승부처였던 5세트조차 초반 4-7까지 밀렸다. 그러자, 삼각편대가 다시 힘을 냈다. 문성민이 공격으로 5-7을 만든 후 서버로 나서 강력한 서브로 연속득점을 이끌어냈다. 전광인의 다이렉트득점, 파다르와 전광인의 블로킹 득점이 이어지며 8-7로 뒤집혔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되찾아왔다.

 

현대캐피탈은 5세트 막판에도 또 한번 위기를 맞았다. 양팀의 시소게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카드에게 13-14로 매치포인트를 내줬다. 그러나 박진우(29)의 서브 범실로 듀스가 됐고, 이후 파다르의 득점으로 15-14로 리드를 잡은 뒤 센터 신영석(33)이 아가메즈의 후위 공격을 차단해 마침내 승리를 잡았다. 피 말리는 승부를 승리로 끝낸 ‘꿈의 삼각편대’가 동시에 환호하며 얼싸안았다.

 

이날 현대캐피탈의 파다르는 친정팀이기도 한 우리카드를 상대로 30득점에 서브 에이스 5개, 블로킹 3개 등을 합쳐 트리플크라운(서브 득점, 블로킹, 후위 공격 각각 3개 이상)까지 달성하며 최고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전광인(15점)과 문성민(11점)도 나란히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두 선수는 무릎부상으로 제대로 된 점프를 할수 없는 상태임에도 몸을 던지는 투혼으로 혈전을 잡아내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두 선수 모두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지만 출전하겠다 자웠했다. 주장과 부주장인 두 선수의 책임감이 승리를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경기에 중도 투입돼 승리에 기여한 문성민은 “중간에 들어갔지만 파이팅이나 공격 등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다”면서 “광인이도 힘들었을 거다. 모두가 힘낸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천안=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