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경찰관 유착 의혹이 터져 나오자 “자칫 경찰 수사가 ‘제 식구 감싸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히 특정 사건 수사를 누가 맡느냐를 넘어, 정부가 추진 중인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및 연예인 불법 촬영물 등 의혹 전모를 밝혀달라며 수사 의뢰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다만 검찰은 현재 이 사건 수사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맡은 만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경찰이 연루됐다는 보도도 있어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국회 발언은 지난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2019 법무부 주요업무 계획’ 발표에서 ‘검찰 힘 빼기’ 작업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을 비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박 장관은 당시 발표에서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등 내용을 밝혔다.
그런데 버닝썬 사태에 현직 총경급 경찰 간부 등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수사권조정 논의에도 크든 작든 영향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중요한 시기에 경찰이 이렇게 헛발질을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많이 갖는데, 경찰은 그보다 더 미흡하다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통제되지 않는 검찰을 그대로 두면 국민 불이익이 큰 만큼 수사권 조정 논의의 방향성은 옳다고 본다”고 했다.
경찰이 각종 권한을 부여받으면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연히 모든 조직은 권력을 쥐면 남용할 우려가 있어서 사정기관이나 감사기관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시행착오가 반드시 있겠지만, 그게 무서워서 전체적 틀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에서 기소 의견보다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사건이 더 많다”면서 “검사가 기소해도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수 있는데,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면 검사가 필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검찰총장이 사표라도 내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