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뜬금없는 매국노 소동인가. 서울외신기자클럽이 엊그제 성명에서 블룸버그통신 기자를 매국 행위로 비난한 집권 여당을 향해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해당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국회 연설을 통해 블룸버그통신 기사를 근거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비판한 것이 발단이었다.
상대를 인신공격하는 용어 중에 매국만 한 게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국 하면 아마 이완용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사실 나라를 팔아먹은 그의 행적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벅차다. 생전에 “이토 히로부미는 나의 스승”이라고 자랑하고 다닌 인물이었으니! 그는 외교권을 일본에 넘긴 을사조약과 고종 퇴위에도 앞장을 섰다. 이완용의 매국 행위는 일본 관리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한일합병도 일본 의중을 간파하고 그가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일본인 통감부 외사국장은 “그물도 치기 전에 물고기가 뛰어들었다”고 감격해했다. 그 공로로 일제로부터 거액의 은사금과 백작이라는 작위를 받았다. 3·1운동이 터지자 그는 “조선 독립이라는 선동은 헛된 것이고 망동이다”는 경고문을 매일신보에 실었다. 세 차례 글을 게재한 뒤 그의 작위는 후작으로 한 단계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