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장자연 리스트 사건' 등의 진실 규명을 지시함에 따라 향후 검찰이 이들 사건에 대해 강도 높은 재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건 축소·은폐 등 의혹도 이 과정에서 파헤쳐질 거라는 전망도 많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이 이전 정권과 같이 수사기관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전날 김 전 차관 의혹 등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2개월 연장하면서 범죄사실이 드러날 경우 수사로 전환, 재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박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김 전 차관과 장자연 리스트 등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엄중 지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이 추가 조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정황 등을 확인한 뒤 재수사를 권고한다면, 고강도 수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통령과 장관이 구체적으로 지목한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모든 사건이 다 중요한 사안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과거사위가) 재수사를 권고한다면 법무부 장관은 재수사를 지시할 것이다. 수사기관 또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시가 나온 상황을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도 "어떻게든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한 재수사는 이뤄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문제가 되는 사람들도 드러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해당 의혹들 모두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정도가 높은 사안"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미진한 수사가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과 장자연 리스트 등 의혹들이 과거 여러 차례 수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난 점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강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 처리를 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해당 사건들이) 법리적으로 형사처벌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수사기관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며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가 내려진 사안이다. 수사기관으로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등의 지시를 두고 이전 정권과 같이 행보를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민간인 사찰 등 의혹,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성완종 게이트' 및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사건 당시 청와대가 수사기관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정권은 바뀌지만, 기본적으로 (지시 등) 방식이 똑같을 수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에 직면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지시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재경지검의 또 다른 검사는 "대통령으로서 원론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라며 "애초 목적인 과거사 진상 규명에 충실하라는 것으로, 결과는 결국 증거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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