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이정현(32)은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에서 한국 남자농구의 2회 연속 본선행을 이끈 대표팀의 에이스다. 태극마크를 달고 중요한 순간마다 선보이는 외곽슛과 돌파는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이정현이 2018∼2019 프로농구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51경기에 평균 33분을 뛰면서 17.2득점(국내 1위), 3.1리바운드, 4.4도움(국내 2위, 전체 4위)을 기록하며 KCC가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손색이 없는 활약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정규리그 MVP는 우승팀 선수가 가져가는 것이 대세였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울산 현대모비스 함지훈이나 이대성이 MVP로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정현은 20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서울에서 열린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존의 관례를 깨고 생애 첫 MVP의 영예를 얻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109표 가운데 76표(69.7%)를 얻어 각각 12표에 그친 함지훈과 이대성을 크게 따돌렸다. 이로써 이정현은 1999∼2000시즌 서장훈(SK 2위), 2000∼2001시즌 조성원(LG 2위), 2005∼2006시즌 서장훈(삼성 2위), 2008∼2009시즌 주희정(KT&G 7위), 2015∼2016시즌 양동근(모비스 2위)에 이어 비우승팀 선수 가운데 6번째 MVP 수상자가 됐다. 이정현은 “믿기지 않는다. 2년 전 받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졌었는데 그때 못 받아 서운했었고 MVP를 머릿속에서 지웠었다. 좀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게 상을 받게 된 계기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