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해달라" vs "기본권 침해"… MB재판 핵심증인 김백준 또 불출석

檢·MB 변호인단, 김백준 구인영장 발부 두고 공방 / '국정원 특활비 상납' 진술에 MB 1심서 뇌물죄 인정 / 재판부, 계속 불출석 시 진술 타당성 재검토할 듯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을 구인해달라”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증인에 대한 구인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다” (검찰)

 

22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사진)이 또 불출석했다. 올해 들어 벌써 세번째다. 이에 검찰과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김 전 기획관의 구인영장 발부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그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었지만,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인에 대해서는 증인소환장이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로 송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항소심 핵심증인인 김 전 기획관은 지난 1월23일, 2월 18일 증인신문에도 불출석했다. 그는 지난 1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국고 등 손실) 방조 혐의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1차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김 전 기획관을 구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강 변호사는 “김백준 측 변호인은 김백준이 현재 거제도 지인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했다”며 “구인 요건이 된다면 구인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 구인이 필요 없다고 하면 향후 제출될 거제도 주소를 저희가 확인하도록 해서 (증인소환장을) 송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구인장 발부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자신이 언제 출석할지 모르는 경우까지 구인장이 발부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변호인 주장은 김백준 본인에게 직접 (소환장이) 송달된 것으로 인지를 못 하는 상황에서 구금해달라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 침해다”고 반박했다. 

 

22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 측의 입장을 들은 재판부는 “김백준이 다른 재판부의 재판을 받고 있고, 거기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며 구인장 발부를 보류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10일로 김 전 기획관의 신문 기일을 다시 지정했다.

 

1심에서 뇌물 혐의가 인정된 이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은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 그의 진술로 인해 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뇌물죄가 인정됐다. 

 

김 전 기획관이 계속 불출석할 경우 재판부는 그의 진술의 타당성 여부를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314조에 따르면,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사람이 사망이나 질병, 소재불명 등 사유로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당사자의 진술 또는 (조서) 작성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증명된 때에 한해서만 증거로 사용하도록 했다. 즉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 할 경우, 그의 진술은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이와 관련,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변호인이 증인의 진술 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해당 조서를 작성한 증인이 계속 불출석하면 그 진술조서는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가 해당 진술조서가 허위로 작성될 사정이 없다고 판단하면 증거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