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술’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어떤 술이 떠오를까? 아마 대부분은 일본식 청주, ‘사케’(さけ·sake)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일본에서는 이 사케보다 다른 술을 더 많이 마신다. 바로 ‘일본식 소주’(しょうちゅう·shochu)다. 다만 일본의 소주는 한국의 소주와 좀 다르다. 한국은 초록색 병에 들어간 희석식 소주가 전체 소주 시장의 99%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일본은 고구마, 보리 등을 이용한 증류식 소주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은 취하기 위해 소주를 마신다면, 일본은 원료의 풍미를 즐기기 위해 소주를 선택한다.
이러한 일본의 소주 문화에 조선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임진왜란 이전에 대마도주에게 지속적으로 소주를 하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5세기의 조선은 왜구의 잦은 침입으로 대마도를 정벌하면서, 부산포·내이포(창원)·염포(울산) 등의 삼포를 대상으로 왜인들의 왕래와 거주를 허가하는 등 회유책과 강경책을 동시에 펼쳤다. 이 시대에 대마도주는 조선 정부로부터 ‘대마도 절제사(종 3품)’ 및 ‘첨지중추부사’ 등의 벼슬을 받고 구한말까지 조일 간의 교역 및 외교 관련 일을 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대마도 인물로는 구한말 덕혜옹주의 남편 소다케유키(宗武志)로, 바로 이 대마도주 가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대마도주에게 소주를 줬지만, 대마도에서는 소주가 발달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 없어서다. 대마도는 지극히 척박한 땅에 험준한 산맥으로 이어져 있다. 쌀, 보리 등은 거의 재배를 안 한다. 대마도의 술 양조장은 사케용 쌀을 일본 본토에서 받고 있다. 산맥으로 이어지니 숨기 좋았고, 먹을 것이 없으면 약탈로 돌변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왜구 세력이 숨어있기에 좋은 자연환경이었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일본 릿쿄대학(立敎大學) 사회학과 졸업. 현재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