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소속을 옮긴 A(47) 경감은 화성동부경찰서(현 오산서)에 배치됐다. 일선서 팀장급인 생활질서계장으로 성매매 등 풍속 관련 불법행위 단속 업무를 맡았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지만 관련 교육을 받고 새로운 업무를 시작했다.
업소는 A 경감이 근무하던 경찰서에서 불과 7㎞ 떨어진 화성시 동탄 북광장 인근에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매일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감성 아로마 마사지' 영업을 한다고 광고했다.
A(60분)·B(80분)·C(90분) 등 시간별 3가지 코스 외 40분짜리 '황제 코스'도 준비했다. 그러나 비회원가 15만원인 황제 코스를 선택하면 어떤 서비스를 받는지는 굳이 광고에 설명해 두지 않았다.
현직 경찰관이자 성매매 단속 업무를 맡은 A 경감이 업소 운영의 전면에 나설 수는 없어 중국 동포(조선족)인 C(44)씨를 얼굴마담 겸 바지사장으로 내세웠다. 그는 과거 A 경감이 중국 여행을 할 때 현지에서 통역을 해 준 가이드의 친형이었다. A 경감은 그 인연으로 2016년 C씨가 한국에 들어오자 정착을 도와주며 친하게 지냈다.
업소 영업을 시작한 뒤 바지사장에게 연락해야 할 일이 있으면 철저하게 대포폰을 이용했다. 처벌을 피하는 방법이나 경찰 조사 때 대응법 등도 수시로 교육했다.
'단속 전문가'의 교육을 받은 바지사장은 1년 가까이 경찰에 적발되지 않고 A 경감의 성매매 업소를 대신 잘 운영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업소를 찾은 한 손님이 대화 내용까지 녹음해 112에 신고를 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행히 바지사장은 교육을 받았을 때처럼 자신이 실제 업주인 것처럼 행세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A 경감의 범행은 숨겨줄 수 있었다.
A 경감은 지난해 7월 자신이 운영하던 업소 인근에서 성매매 업소 3곳을 운영하다가 단속된 D(47)씨를 경찰서에서 처음 만났다.
D씨는 조사 중 잠시 쉬며 담배를 피울 때 대범하게 현직 경찰관인 A 경감에게 "1천300만원을 줄 테니 좀 봐달라"고 제안했다.
A 경감은 "퇴직금 정도 줄 거 아니면 하지 말라"며 거부했으나 D씨를 업주가 아닌 종업원으로 바꿔줘 낮은 처벌을 받게 해줬다.
둘 사이는 이후부터 끈끈해졌다. A 경감은 대포폰으로 D씨와 수시로 연락하며 "이번 주 무슨 요일에는 단속이 뜨니 주의하라"며 단속 정보를 흘려줬다. 심지어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등의 정부 합동단속 공문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여주며 조심하라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화성동부서가 2개 경찰서로 나뉘며 A 경감이 신설된 화성동탄서로 옮기게 되자 더는 단속 정보를 미리 알 수 없게 된 D씨는 불안해졌다.
A 경감은 D씨가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 내부 폐쇄회로(CC)TV 화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확인하고 손님인지 단속 경찰관인지 알려줬다.
"히터가 잘 안 나와 춥다"는 말에 D씨는 자신이 타던 K7 중형 승용차(중고 시가 1천만원 상당)를 A 경감에게 뇌물로 줬다.
검찰 조사 결과 A 경감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 6개월가량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 총 1억8천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검 특수부(조대호 부장검사)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A 경감을 최근 뇌물수수 및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또 경찰 단속 정보를 받는 대가로 A 경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D씨 등 5명(구속 2명·불구속 3명)을 재판에 넘겼다.
A 경감 사건은 인천지법 형사4단독 석준협 판사에 배당됐으며 첫 공판기일은 조만간 정해질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A 경감이 운영한 업소에 성매매 목적으로 방문한 정황이 있는 경찰관도 1명 있었다"며 "소속 경찰서에 통보해 사실 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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