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종종 학교 앞 편의점에 들른다는 A군(16). 음료수를 고른 뒤 계산대 앞에 서면 환하게 불이 들어온 다양한 담배 광고들을 볼 수밖에 없다. A군은 “한번은 과일 그림이 그려져 있어 사탕인 줄 알았는데 담배였다”며 “담배를 피울 생각은 없지만 자주 보면 호기심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 주변에 평균 7개의 담배소매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소매점에는 20여개 이상의 담배 광고를 붙여놓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학교 주변에서도 무방비하게 담배에 노출된 셈이다.
◆학교 정문 앞에서도 담배 판매
25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서울 시내 초·중·고교 200개교 주변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 주변 200m 이내)에서의 담배소매점과 담배 광고 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1011곳에서 담배를 팔고 있었다. 학교당 평균 7곳 정도이며, 최대 27개소가 있는 지역도 있었다. 절대보호구역인 학교 출입문 주변 50m 이내에도 80곳의 담배소매점이 있었다.
학교 유형별로 초등학교 주변에 461곳이 있었고, 고등학교 주변 290곳, 중학교 주변 260곳 순으로 분포했다. 편의점(49.7%)과 슈퍼마켓 등 일반 마켓(32.4%)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동·청소년 출입이 잦은 문구점이나 서점에서 담배를 팔기도 했다.
학교 주변 담배소매점의 91%는 담배 광고를 하고 있었다. 소매점당 담배 광고물 개수는 평균 22.3개에 달했다. 담배 광고는 2016년 평균 15.7개, 2017년 14.7개에서 더 늘어났다. 편의점은 2016년 20.8개, 2017년 25개, 2018년 33.9개로 더 많았다.
광고는 “풍부한 맛, 부드러운 목 넘김”, “산뜻하게 시원한 맛” 등 식품처럼 착각하게 하는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유명 영화 캐릭터 디자인을 전자담배 기기 등에 활용한 사례도 파악됐다.
담배 광고는 계산대 뒤쪽은 물론 아동·청소년이 좋아하는 초콜릿, 사탕 등과 가까이에도 있었다. 아동·청소년 선호제품 50㎝ 이내에 613건, 1m 이내에 118건의 담배 광고가 배치돼 있었다. 또 현행법상 담배 광고는 점포 외부에서 내용이 보이게 전시 또는 부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발광다이오드(LED) 화면 등으로 환하게 밖에서도 볼 수 있는 곳이 899곳에 달했다.
◆청소년 10명 중 7명 “담배 브랜드 안다”
이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은 쉽게 담배에 노출되고 있었다. 중·고생 9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4.2%가 일주일에 3회 이상 편의점, 슈퍼마켓 등 담배소매점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4.5%는 담배소매점에서 담배를 봤고, 85.2%는 담배 광고를 접했다.
1개 이상의 담배 브랜드를 안다고 답한 학생은 69.1%에 달했으며, 5개 이상 알고 있다는 학생도 12.4%나 있었다.
그러나 담배진열과 광고가 청소년 흡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담배소매점 업주들은 각각 31.3%, 34.7%에 불과했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담배소매점 내 담배 진열 및 담배 광고에 청소년들이 노출되는 정도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며 “청소년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담배의 유해성을 과소평가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흡연율은 2016년 6.3%, 2017년 6.4%, 2018년 6.7%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한 법안들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 소매점에서 담배 진열 시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와 교육환경 절대보호구역 내 소매점 담배 광고 금지(김승희 의원안), 모든 소매점 내 담배 진열 및 광고 금지(진선미 의원안), 교육환경 절대보호구역 내 소매점 담배 진열 및 광고금지(김영진 의원안),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소매점 담배 진열 및 광고금지(김수민 의원안) 4건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