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폭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결국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을 구속영장 심사대 앞에 세웠다. 만약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장관 출신 인사가 수인복을 입게 되는 셈이다. 또 문재인정부가 과거 박근혜정부의 ‘문체부 블랙리스트’를 두고 거세게 비판하며 대통령 탄핵의 원동력 중 하나로 삼은 만큼 현 정권의 도덕성 실추에 따른 ‘내로남불’ 비난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동부지법은 25일 오전 10시30분부터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 정권에서 임용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에게 사표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김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 2가지 혐의를 적용해 지난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영장심사에서는 일련의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것인지, 정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한 것인지를 두고 검찰과 김 전 장관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면 인사수석실을 중심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교체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본격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해 7월 한국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가 무산된 뒤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이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 직접 해명했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영장청구서에도 신 비서관과의 공모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조만간 신 비서관을 조사하면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몇 달간 진행돼온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