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로만 전해져 온 서동요의 주인공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실체를 드러낼까. 그 여부는 2017년부터 발굴에 들어간 익산 쌍릉의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드러날 것이다. 지난해 발굴조사를 통해 백제시대 왕릉급 무덤임이 확실해진 익산 쌍릉(사적 제87호) 소왕릉 조사가 다음 달 초부터 시작된다.
2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는 익산시가 신청한 쌍릉 소왕릉 정밀 발굴조사 안건을 심의해 가결했다. 소왕릉 조사는 대왕릉에 이어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진행한다. 4월 초 조사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 쌍릉은 대왕릉과 180m 떨어진 소왕릉으로 구성된다. 대왕릉과 소왕릉은 설화 서동요(薯童謠) 주인공으로 익산에 새로운 백제를 건설하려 한 백제 무왕(재위 600∼641)과 그의 부인 선화공주가 각각 묻힌 것으로 오랫동안 전해졌다.
그동안 쌍릉의 주인공에 대한 연구는 ‘준왕 또는 무왕 → 선화공주 또는 사택비 → 다시 무왕’ 등으로 반전을 거듭했다.
과연 이번 조사로 쌍릉의 주인이 밝혀질지 흥미롭다.
국립전주박물관은 2016년 무렵 일제강점기 대왕릉 조사 중 발견한 치아가 20∼40세 여성의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와 무덤 안에서 신라계 토기가 발견되었다는 견해를 발표한 데 이어, 2017년부터 무덤 주인공을 밝힐 단서를 찾기 위해 발굴에 돌입했다.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가 1917년 조사한 이후 10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대왕릉은 백제 사비도읍기의 전형적인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돌방무덤)으로, 현실(玄室·무덤방) 크기가 길이 378㎝·너비 176㎝·높이 225㎝로 조사됐다. 이는 백제 왕릉급 무덤이 모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서 현실이 가장 큰 무덤이라고 알려진 동하총보다 넓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그간 관대(棺臺·관을 얹어놓는 넓은 받침) 위에서 수습한 상자 속 인골을 분석해 ‘60대 전후 남성 노인, 키 160∼170.1㎝, 사망 시점 620∼659년’이라는 결과를 공개했다. 이어 대왕릉이 641년에 세상을 떠났고 익산에 큰 관심을 보인 무왕 무덤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설명했다. 대왕릉보다 봉분이 작은 소왕릉은 현실 규모도 더 작다고 알려졌다. 소왕릉에 무덤 주인공에 대한 실마리가 남았을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최완규 마한백제문화연구소장은 “아직은 발굴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차근차근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