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6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며 ‘어닝쇼크’(시장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를 기정사실화했다.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자율공시를 통해 전반적인 실적 상황에 관해 설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시장의 충격 완화를 위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공시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애초 예상보다 메모리와 디스플레이의 사업 환경이 나빠졌다는 점을 꼽았다.
어려운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삼성전자는 “단기적으로는 기술리더십을 기반으로 제품 차별화를 강화하면서 효율적인 리소스(자원) 운용을 통한 원가경쟁력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주력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 등 핵심역량 강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5일 올해 1분기 실적 잠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보다 큰 폭으로 하회할 것으로 판단됐다”며 “시장 충격을 예방하고,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 자료를 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8조원대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번 공시 내용을 고려할 때 반토막 이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6조원대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20% 정도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가 부진을 겪으면서 전체 수출 실적도 동반 악화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9월 최고 실적(124억달러)을 달성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전년 동기 대비 반도체 수출 증감률은 지난해 12월 -8.3%, 올해 1월 -23.3%, 2월 -24.8%, 3월1∼10일 -29.7% 등으로 낙폭을 키워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 증감률도 지난해 12월 -1.2%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월 -5.8%, 2월 -11.1%로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