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쓰레기 산

경북 의성군 단밀면의 한 폐기물 처리장에는 17만3000여t의 거대한 폐기물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다. 주민들은 악취로 고통받고, 지하수 오염도 걱정한다. 폐기물 재활용 업체가 폐기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방치한 탓이다.

이 업체는 2008년 2000t 규모의 폐기물 처리 허가를 받았는데 현재 폐기물은 허가량의 80배가 넘는다. 의성군은 행정대집행을 검토했지만 100억원이 넘는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미국 CNN방송이 최근 의성 ‘쓰레기 산’을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의 단면’이라고 보도해 국제적 망신을 샀다.



평택의 한 업체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던 플라스틱 쓰레기 1200t이 지난달 3일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다. 수출 신고는 ‘합성 플라스틱 조각’이라고 했지만 막상 열어보니 기저귀, 폐전구, 의료폐기물 등이 섞여 있는 쓰레기 더미였다. 지난해 11월 필리핀 언론의 보도 후 현지 환경단체가 한국대사관 앞에서 줄곧 시위를 벌여 국제적인 문제가 됐다. 제 집 쓰레기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슬쩍 남의 집 정원에 던져 놓은 셈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얼마나 괘씸한 일인가.

쓰레기 산 문제는 세계 최대 쓰레기 수입국인 중국이 2017년 말 재활용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중국은 30년 이상 지속한 쓰레기 사업 탓에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전 세계에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고, 우리나라도 중국 수출량이 90나 줄었다. 지난해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량의 80%를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받아주고 있다. 이 나라들도 머지않아 쓰레기 수입을 거부할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쓰레기 산의 개수는 전국 235개로 120만t 규모다. 정부는 쓰레기 소각량을 늘려 2022년까지 쓰레기 산을 모두 없애겠다고 했다. 그러자 환경단체가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이유로 반대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6년 기준으로 연간 1인 평균 98.2㎏으로 세계 1위다. 프랑스(73.0㎏), 일본(66.9㎏)보다 훨씬 많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다.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