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가해자인 일본이 한국과 중국처럼 (전쟁) 피해자로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윤세병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지난 26일 검정을 승인한 초등학교사회과 교과서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27일 동북아역사재단은 서대문구 재단 회의실에서 ‘일본 초등학교 검정 통과 사회교과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윤 위원은 일본 교과서에서 서술한 역사의 문제점을 분석해 발표했다.
그는 교과서 속 일본사 서술이 ‘로망스 서사’ 방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로망스 서사’에서는 예수 부활처럼 선이 악을 이기고 영웅이 승리한다.
윤 위원은 “단원 배치를 보면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성립과 그 이후의 발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굴곡진 세월과 패전, 부활하는 일본으로 요약된다”며 “성장하던 일본이 전쟁의 상처를 입지만 그것을 딛고 다시 성장한다는 구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중국·일본이 모두 역사에서 ‘로망스 서사’를 추구하는데, 상처를 강조하는 지점이 다르다”면서 “한국은 외세 침략으로 인한 상처를 비중 있게 서술하는 반면,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배를 상당히 부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위원은 일본이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돼 있으며, 침략 전쟁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쿄서적은 원자폭탄 투하 후 파괴된 히로시마 모습을 크게 싣고, 교이쿠출판은 도쿄 대공습으로 폐허가 된 시내를 그림으로 나타내 시각자료로 ‘수난’을 집단 정체성으로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니혼분쿄출판이 제작한 교과서에서 러일전쟁을 ‘아시아의 국가 일본이 유럽 국가인 러시아에 승리한 것은 구미 제국의 진출과 지배로 고통받는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독립에 대한 자각과 희망을 주었다’고 평가한 데 대해서는 “침략 전쟁의 본질을 흐리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관동대지진과 관련해서는 3개 출판사 모두 ‘잘못된 소문이 퍼져 많은 조선인이 살해됐다’고 기술하면서도 “수동태를 사용해 행위 주체를 드러내지 않고 피해 규모도 막연하게 적었다”고 비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