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최고령 직원의 나이 차가 무려 72세나 되는 일터가 있다. 일본 등 외국 사례가 아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우리나라에 있다. 우리 사회를 곪게 하고 있는 노인혐오와 세대갈등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손자같은 어린 직원에게 존댓말을 쓰는 어르신, 경험·연륜에서 우러난 ‘동료 어르신’의 조언을 경청하는 젊은 직원의 모습이 이채롭기도 하다. 서울 강북구에 있는 맥도날드 미아점 이야기다.
◆16년간 지각·무단결근 無…“일하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1928년에 태어난 임갑지(91) 크루(Crew)는 2003년부터 16년째 맥도날드 미아점 매장에서 근무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구순(九旬)을 맞이한 임 크루를 위해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사장이 매장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 경기도 양주시에서 아내와 함께 사는 그는 일주일 중 나흘 지하철로 출퇴근하는데 지각과 무단결근을 한 적도 없다. 10년간의 장사 경험을 발판삼아 2003년 취업박람회에서 맥도날드 ‘시니어 크루’(55세 이상 직원·작년 기준 전국 300여명 근무) 모집에 도전한 게 지금까지 왔다. 임 크루는 “일하는 게 즐겁다. 정당한 근로로 얻은 소득 외에 욕심을 내면 ‘부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손님을 가족처럼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구석자리 먼지도 청소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 나이에도 일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패스트푸드점 근무가 낯설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곤란할 수 있는 상황 앞에서도 어른답게 해결했다. 매장 바닥에 침 뱉고 화장실에서 담배 피운 학생들 앞에서 호통 치는 대신 휴지를 들었다. 이를 본 학생들은 반성하며 태도를 고쳤다. 밤새 거리를 떠돌다 매장에서 잠든 노숙인이 다른 손님에 폐가 될 상황에서는 “한 사람 앉을 자리에서 편히 쉬라”며 노숙인을 토닥였다.
◆“젊은 사람에게도 배운다…세대갈등은 기성세대 잘못”
임 크루는 “공부하면서 일하는 학생들이 대견하다. 스스로 인생을 개척할 역량이 있다”고 젊은 직원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 동료들에게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으니 더불어 사는 인생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임 크루는 “성실과 근면은 사회 어디에서든 통한다”며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매장을 ‘돈 벌다 가는 곳’이나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도 했다. 어린 직원들이 그런 자세로 업무에 임하면 다른 곳에 가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다.
임 크루는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며 세대갈등은 기성세대 잘못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층과의 공감대 형성으로 대화의 장(場)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넌 대학 나오고도 그런 일 밖에 안 하느냐’는 어른의 시선도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그런 사회 환경을 조성한 이들을 탓해야지 청년을 깎아내리지 말라는 뜻이다. 임 크루는 “어느 시대든 굴곡이 있다”며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고 이 시대 청년들을 격려했다.
◆“근무 30분 전 매장 도착하셔…‘롤모델’ 삼은 직원도 있어”
이선미 미아점장은 3년 전 매장 부임 당시 임 크루의 실제 나이를 알고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전에 함께 일했던 60~70대 직원들과 비슷한 연배(年輩)로 짐작했다던 이 점장은 “어르신께서는 항상 근무 시작 30분 전에 매장에 도착하신다”고 엄지를 들었다.
이 점장은 “(임 크루가) ‘밥 먹었냐’고 먼저 물어주고 존댓말로 대하는 덕분에 매장에서 가장 젊은 19세 직원도 어려워하지 않고 임 크루를 따른다”며 “어르신과의 협력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직원들의) 사회성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임 크루를 ‘롤모델’ 삼아 훗날 나이 들어서 오면 자기를 받아달라는 직원까지 있다며 이 점장은 “어르신께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일하셨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