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교실 안에 열을 맞춘 책상과 의자, 다소곳하게 앉은 학생들은 일제히 교사와 칠판을 바라본다. 일자형의 긴 복도는 ‘정숙함’을 상징하고 학교 담장은 넘어선 안 될 금단의 선이다. 우리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삭막하고 엄숙하다. 정부 수립 이후 교육과정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학교라는 공간의 변화는 더디기만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지만 교실은 산업화시대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이지만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바꾸려는 노력에 소홀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것은 창의적 인재다. 창의적 인재는 창의적 공간에서 나온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수업이 가능한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창의적인 공간이 창의적인 인재를 만든다
하늘숲초등학교는 유휴시설을 쉼·놀이 공간으로 적극 활용했다. 계단 하부와 넓은 계단을 활용해 ‘북하우스’, ‘플레이하우스’등을 만들었다. 학교 전체적으로는 학생 성장단계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눠 교실별로 특색을 부여했다.
서울 남산자락에 위치한 서울 용암초등학교는 전교생 174명의 서울형 작은학교 모델학교다.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는 모토로 미래교육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 건축가가 수시로 만나 아이디어를 모았고 저학년 교실, 화장실, 숲속공방, 다문화실(세미실) 공간 4곳을 변화시켰다. 학교 공간의 변화로 2017년 24명이던 신입생이 2018년에는 37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교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이른바 ‘아지트(아·智·트) 프로젝트’ 사업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智·트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지혜(智를) 모아 시도해 보자(Try)’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 만족도가 90점에 달했다.
경기 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의 학교 공간 혁신은 아이들이 주도해 눈길을 끈다.
◆학교 공간에 상상력을 입혀라
교육부는 최근 학교 공간 혁신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천편일률적인 초·중·고교 건물을 혁신적으로 뜯어고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의적·감성적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놀이학습교실, 메이커스페이스, 개방형 학습·전시·휴식공간, 다용도 다락방·셀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교육부는 향후 5년간 총 3조5000억원을 투입해 최소 1250여개 학교를 혁신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사업을 총괄·기획할 ‘학교 공간 혁신 총괄기획가(디렉터)’제도를 도입해 외부인사를 초빙하기로 했다. 첫 총괄기획가로는 이화룡 공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를 선임했다.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시·도 교육청은 ‘학교 공간혁신 촉진자(퍼실리테이터)’ 제도를 도입해 다음 달부터 사용자 참여 설계 경험이 있는 건축사·교수·교사·공무원으로 인력 풀을 구성한다. 이들은 일선 학교가 공간 혁신사업에 전문적인 조언을 한다.
학교 공간 혁신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인사청문회 때부터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던 역점사업이다. 유 부총리는 지난 27일 학교 공간 혁신 합동 워크숍에 참석해 학생과 교사가 참여하는 학교 공간 혁신을 통해 학교를 민주주의 정원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워크숍에서 격려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설계자로서 참여하고 교사와 마을 주민, 전문가들이 함께 학교를 삶의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면서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공감을 형성하는 공간을 설계해 함께 사는 민주주의의 정원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