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한 재판 - 소년부 판사, 소년법을 답하다/심재광 지음/공명/1만7000원
“소년재판은 그 어느 재판보다 ‘사람’을 중시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재판이기 때문이지요. 보호처분 후 정말 거짓말처럼 바뀐 소년이 꽤 많습니다. 법정에서 보았던 독기 품은 눈매는 더 이상 없고, 따뜻하고 자신감 넘치는 소년들의 눈빛을 마주하면 정말 뿌듯해요. 누군가의 인생을 전환하는 계기가 바로 소년보호재판이었다면 얼마나 보람찬 일인가요?”
서울가정법원 심재광 판사가 저서 ‘소년을 위한 재판’을 내고,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심 판사는 “현직 판사가 실명으로 책을 내는 게 쉽지 않을 텐데”라는 기자 물음에도 쿨하게 답했다.
용어 자체가 보호처분이지 실제로는 실형보다 더 처벌 강도가 센 경우도 있다고 심 판사는 강조했다.
“범죄는 사회현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사회현상에 맞는 윤리의식을 발전시키고, 어려서부터 그에 관한 교육을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재판을 해보면 (청소년들은) 그렇게 심각한 것인지 모르고 범죄에 이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최근 스마트기기와 SNS를 이용한 범죄가 양산되고 있는 현상이 그것이다. 어려서부터 무엇이 잘못인지 알려주고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지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심 판사는 재판받고 난 이후에도 또 범죄를 저질러 법정에서 다시 만날 때는 정말 서운하고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보호처분으로도 개선되지 않고 재차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을 법정에서 다시 만날 땐 정말 힘들다. 섭섭한 마음도 들고, 한편으론 더 적합한 보호처분을 해야 했다는 후회도 하면서 마음이 많이 흔들린다. 6호 처분을 했던 소년이 다시 잘못을 저질러 10호 처분을 받아 소년원으로 보내진 사례가 있었다. 그 소년을 그렇게 보낼 때 저는 힘든 마음이 들어서 법정에서 소년을 많이 타박했다. 그런데, 몇 개월 뒤 그 소년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소년원에서 힘들지만 그만큼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감사하다는 편지였다. 그 편지를 보고 소년에 대해 섭섭하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던 제 모습에 많이 후회하기도 했다.”
이번 버닝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심 판사는 청소년 내지 20대 초중반 성인들 사이의 윤리 부재를 거듭 지적한다.
“첨단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대중 속으로 순식간에 파고드는 데 비해, 그 기술에 관한 윤리의식은 미흡하다. 스마트기기가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손쉽게 촬영이 가능하고, SNS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한다. 최신 기술은 마약 구입, 성폭행 촬영 등 범죄를 양산하는 어두운 단면을 초래한다. 그에 관한 윤리의식은 미흡하다. 최근 미투 운동을 통해 오래된 성폭행 사건들이 밝혀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심 판사는 책 서문을 통해 “재판을 거치고 나면 착했던 소년으로, 행복했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간절한 희망이 있다”면서 “그렇기에 소년보호재판만큼 한 사람의 인생을, 한 가정의 행복을, 그리고 모두의 희망을 다루는 결정적인 재판도 없다”고 소개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