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죽음도 인간이 겪는 소중한 과정 중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가족은 물론 지인과도 단절된 무연고 사망이 최근 5년간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점점 개인화돼 가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스틸 라이프’(감독 우베르토 파졸리니)는 영국을 배경으로 한 무연고 사망과 관련된 영화지만,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이와 유사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영화의 첫 장면은 공동묘지가 있는 성당이다. 장송곡으로 사용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시작으로 죽은 사람의 종교에 따라 다양한 장례식 풍경이 진행되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은 단 한사람이다. 런던의 한 구청 고객관리과 공무원 존 메이(에디 마산)는 무연고 사망자가 생기면 사진이나 유품을 조사해 먼저 가족을 찾아 연락하고,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유품을 토대로 정성스럽게 추도사를 작성한다. 가족에게 연락이 되더라도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않겠다는 무심한 사람도 많은 만큼, 자신이 가족이 돼 장례를 치른다. 사건이 종료되면 죽은 사람의 사진을 정리해 자신의 앨범에 꽂아 두며 죽은 자를 기억하고자 한다. 그는 죽음을 통해 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