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2기 내각 구성에 금이 쩍쩍 가는 소리가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7명의 장관 후보자 모두 도덕성이나 자질 시비에 휘말리면서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한 데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다.
특히 조 후보자의 경우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지명철회를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이번 개각에 대한 여론 악화는 심각한 상태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뭘하든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은 그렇다치고, 중도성향의 시민은 물론 여권 지지층 내에서조차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장관 후보자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입’이었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건물 투기 논란’까지 터져나오면서 문 대통령으로선 7명의 장관후보자를 모두 껴안고 가기 힘들어진 상황에 몰렸다.
결국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동시에 나머지 장관 후보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사석’(捨石·바둑에서 버릴 셈 치고 작전상 놓은 돌)을 찾아야 했다. 최, 조 후보자가 대상이 됐다. 아마 두 사람이 국민 정서를 가장 많이 거스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째서일까.
◆조 후보자, 아들 ‘호화유학’ 지원하려 세입자 보증금 올렸다는 말에 서민들 패닉
문재인 정부의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1호’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결정적 낙마 사유로 청와대는 31일 ‘해적 학술단체’ 관련 학회 참석을 들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더 이상 엄호를 해줄 수 없을 정도로 조 후보자의 발목을 잡은 것은 국회 인사 청문회 전부터 시끄러웠던 장남의 ‘호화유학’ 논란이었다.
조 후보자가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그는 2011년부터 7년간 7억원이 넘는 돈을 미국에 유학 중인 두 아들에게 송금했는데, 대부분 장남에게 갔다. 이와 관련, 청문회가 열린 지난 27일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7년 동안 7억원 송금했는데 후보자 연봉이 1억원 내외로 알고 있다. 연봉 전체를 (아들 유학비로) 바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장남이 포르쉐(3400cc)를 타고 월세 240만원짜리 집(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런 황제 유학 생활을 어떻게 보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이어 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다시 “교수 연봉이 1억원 정도인데 매년 아이들 유학자금으로 전액을 보낸 겁니까”라고 따져 묻자, “확인해보니 제 소득 외에 전세 자금을 올렸다. 부인 퇴직금과 연금 일부도 포함됐다”고 해명했다. 이게 청문회장을 발칵 뒤집어 놨다. 유학 중인 아들이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닐 수 있도록 세입자에게 전세비를 올려 유학비를 대줬다는 얘기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야당의 반발과 비난이 빗발쳤고, 이 대목에서 여당도 더 이상 ‘묻지마 방어’를 해줄 수 없는 입장이 돼버렸다.
◆최 후보자, 서민주거 책임질 인사의 ‘알짜 다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 논란에 국민들 어리둥절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 형식을 밟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어차피 ‘지명 철회 1’호나 ‘2호’의 불명예가 불가피한 처지였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쪽에서조차 이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란 비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때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에 아파트 한 채씩을 보유하고 세종시에 고급 아파트 분양권을 소지한 3주택자였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엘스(59㎡)와 분당 정자동 상록마을라이프2단지(84㎡) 아파트와 세종시에 건설 중인 ‘캐슬&파밀리에 디아트’ 팬트하우스(155㎡) 분양권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장관 후보자 지명 직전 분당 아파트를 딸과 사위 부부에 증여한 뒤 월세까지 내며 거주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최 후보자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구입했고, 적절한 처분시기를 놓쳤다’는 식의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딸 부부에게 분당 아파트를 증여하고 월세까지 주며 거주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꼼수 증여’ 논란이 확산됐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된 이후 다주택 상황을 벗어나고자 급히 처분하기 위해 딸 부부에 증여한 것”이라는 그의 해명에 대다수 국민은 열불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민의 주거안정을 책임지는 부처의 장관 후보자가 결과적으로 알짜배기 부동산 투자로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두고 사위에게까지 증여하면서 절세 혜택을 누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주택 이상 보유자를 다주택자로 규정하고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로 집값이 불안정하다는 판단 아래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강력한 압박을 해온 것과도 배치된다.
◆‘내로남불의 끝판왕’ 비판에 낙마···조국과 조현옥은 이번에도 책임 안 지나
요컨대 조, 최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가뜩이나 ‘촛불정신의 구현’은커녕 ‘내로남불의 끝판왕’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게 된 상징처럼 비쳐지면서 더 이상 안고갈 수 없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들 선에서 국민들의 화가 누그러질지가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다.
매번 부실한 인사 검증과 추천으로 번번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가중시킨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경질론이 거센 것만 봐도 그렇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두 사람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고 해도 계속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을 내고, 국정운영 동력을 확 떨어뜨린 인사를 하게 한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간다면 국민 다수가 묵과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아울러 이번에도 조·조 수석이 건재할 경우 지금까지 잇따른 인사난맥의 원인은 검증·추천시스템의 부실에 있었던 게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들의 결함을 보고받았으면서도 밀어붙인 문 대통령의 고집 탓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으로선 ‘조·조 수석’을 또다른 ‘사석’으로 써야 할지를 놓고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