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몇 년 전부터 한 가출청소년 쉼터의 운영위에 참석하고 있다. 연초 열린 위원회는 올 한 해 쉼터 운영을 논하는 자리였는데, 담당자의 말이 올해 사업을 많이 줄였다고 했다. 이유는 예산이 없어서. 쉼터는 지자체와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되는데, 올해 인상분이 거의 없고 그나마도 인상된 최저임금에 배정하고 나면 사실상 사업예산이 줄었다는 것이다. 당장 아이들에게 제공할 식품 구입비가 쪼들리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프로그램 운영은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열악한 쉼터 실무자의 처우는 거론조차 하지 못했다.
1992년쯤 민간 YMCA에서 최초로 설립된 가출청소년 쉼터는 현재 여러 주체에 의해 여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동쉼터’는 먹을거리와 긴급물품을 제공하고, ‘일시·단기·장기쉼터’는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한다. 예산이 더 허락되면 상담과 심리검사를 지원하고, 멘토와 조력자를 소개하며, 직업훈련과 진로탐색이 가능한 사업장을 알선하고, 학업과 근로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쉼터가 전국에 200여개 있는데 다들 과밀화와 정원초과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빠듯한 예산으로 의식주 제공조차 쉽지 않은 것이다.
한 해 20만명으로 추정되는 가출청소년 지원 예산이 부족한 이유는 국가가 이들을 문제아로 진단하고 가출을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 가출의 상당수가 가정붕괴나 학교부적응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출은 이미 국가가 고민해야 할 사회적 문제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 정책은 소위 입시정책에만 집중돼 있고 전담 부서도 사실상 부재하다. 1998년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만들어져 청소년 고유의 정책을 논하는 정부 부처가 있긴 했으나, 이후 여러 곳으로 갈라지고 변경되면서 지금은 그 위상을 찾아볼 수 없다. ‘청소년부장관’이 존재하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 비하면 사실상 한국 정치에 청소년은 그 존재감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김희경 법무법인 도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