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예타제도’ …관건은 '공정성' 확보

‘지역균형발전’ 비중 확대… 지방 광역시 가장 큰 수혜볼 듯 / 비수도권·낙후지역 SOC사업 /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가능성 ↑ / 지방 “숙원사업 탄력 기대” 반겨 / 조사기관에 조세재정硏 추가 / 시민단체 “혈세 낭비 우려” 비판

정부가 3일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 방안은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평가에서 경제성 평가에서 수도권에 밀리고 지역균형발전 평가에선 감점을 받아온 비수도권 광역시가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앞으로 정치적 외풍을 받지 않고 예타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지방 광역시·낙후지역에 유리…재정낭비 우려도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이번 평가 비중 개편으로 비수도권 낙후지역 사업도 전반적으로 수혜를 입는 반면 수도권 지역 사업은 통과율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평가가 이원화하면서 지방 광역시의 경우 경제성 평가 항목을 두고 수도권과 경쟁하지 않게 됐다. 또 지역균형발전 평가에서는 낙후지역에 비해 저평가를 받던 것도 없어지게 된다. 지방 광역시로서는 ‘이중고’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균형발전과 조사기관 다원화 등의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개편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영진 타당성심사과장. 연합뉴스

비수도권을 포함한 낙후지역의 경우 득점이 어려운 경제성 평가 비중이 작아지고,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지역균형발전의 비중이 커진 덕에 사업을 추진할 때 예타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정책성 평가에서는 일자리와 주민생활여건 영향, 환경성, 안정성 등 주민 삶의 질에 기여하는 정책효과 항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원인자 부담 등으로 재원이 상당 부분 확보된 사업, 완공 후 운영비 조달이 어려운 사업 등은 특수평가 항목에서 별도로 고려한다.

 

그동안 SOC·건축, 복지 등의 사업에 대한 예타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도맡아 해왔지만 업무 과부하에 따른 장기화 등 부작용이 컸다. 내년부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추가로 예타 조사기관으로 지정한 이유다. 정부는 또 기재부에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예타 대상 선정과 예타 결과를 심의·의결하는 한편, 분야별 분과위원회를 둬 사업별 종합평가를 시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의 예타 통과 기준을 완화한 예타 개편안을 두고 국가재정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수도권과 지방의 토건사업 추진을 위한 부실 개악”이라며 “혈세 낭비를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예타를 통과하고서도 실패했던 사업들의 문제점을 분석할 것을 주문했다.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균형발전과 조사기관 다원화 등의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개편방향에 관해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 대체로 환영… 서울·수도권은 냉랭

 

지방 광역시를 포함한 지자체에서는 대체로 이날 정부의 예타 개편 발표에 환영의 뜻을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예타를 추진 중인 의료원, 도시철도 사업 등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고, 강원도는 ‘제천∼영월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역균형발전 비중을 더 높였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전라북도는 “경제성 부문의 배점을 줄이고 균형발전 부문의 배점을 높이는 방향은 맞지만, 5%포인트의 조정만으로는 충분한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경제성 비중이 커지면서 예타 통과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심하고, 강남 내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며 “경제성 배점 비율을 높이면 저희가 오히려 차별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