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역사' 故 조양호 회장, 가족 갑질 '오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항공이 밝혔다. 사진은 2012년 8월 본사 격납고에서 조 회장 모습.  대한항공 제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부인과 딸 등의 갑질 논란을 비롯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 자리 박탈 등 연이은 악재를 겪다 향년 70세로 세상을 떴지만 40여년간 국내 항공·운송분야 위상을 키워 온 공이 적지 않다. 

 

8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197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줄곧 항공·운송분야의 길을 걸어왔다. 조 회장이 항공업계에 발을 디딘 1974년은 1차 오일쇼크로 국내외 항공산업이 위기를 맞았지만, 조 회장은 불황에 호황을 대비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결국 대한항공은 오일쇼크 이후 다시 부상한 항공산업의 여객수요를 대거 확보하는 등 진일보한 성과를 거뒀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수장으로서의 역할만 맡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델타항공·에어프랑스·에어로멕시코와 함께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을 창설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대한체육회의 평창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러나 수십년간 국내 항공산업의 앞자리에 서 있던 딸과 부인 등의 ‘땅콩회항’, ‘물벼락 갑질’, ‘폭행 갑질’을 비롯한 연이은 악재로 국민적 지탄을 받다가 급기야 지난달 주주들에 의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