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더미를 보면 좋겠습니까?”
서울 시민의 휴식처 한강공원은 도심 생활에 지친 피로를 풀고 잠시나마 여유를 찾는 대표적인 힐링 공간이다.
8일 오전 찾은 한강공원에는 따듯한 봄 날씨 덕분에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강공원 곳곳 외진 곳에는 예외없이 쓰레기 더미가 눈에 띄어 봄 정취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말인 전날 이곳에 놀러온 이들이 머물던 자리에 그대로 둔 채 떠났거나 분리하지 않은 채 비닐에 쑤셔넣어 쓰레기통 주위에 마구 버린 ‘양심’은 바람에 날려 공원 곳곳에서 나뒹굴었다.
바람에 날린 쓰레기는 나뭇가지에 걸리거나 한강에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외진 곳이라면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가 쌓여 갔다.
쓰레기를 살펴보면 먹다 남은 치킨 조각부터 컵라면, 나무젓가락, 술병, 맥주 캔, 플라스틱 음식물 포장용기, 과자 봉지, 족발 등 분리되지 않은 각종 음식물까지 뒤섞여 역한 냄새를 풍겼다.
이날 한강공원을 찾은 김모씨는 “눈에 띄는 곳마다 쓰레기가 있어요”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어 “벚꽃 축제 열리는 기간에는 특히 더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몇몇 시민은 쓰레기 더미에서 앞에서 담배 피우다 꽁초를 그대로 버리고 휭하니 가버렸다.
또 다른 한 명은 담배꽁초를 풀숲에 그냥 버리기는 눈치가 보이는지 커피캔 속에 구겨넣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담배를 피우면서 주차장에 침을 뱉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도 있었다.
주변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화장실 입구에 꽁초를 버리기도 했다.
한강공원을 조금만 둘러 봐도 곳곳에서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부려저 있었다.
이날에도 몇몇 시민이 먹다 버린 치킨 뼛조각, 플라스틱 음식물 포장 용기, 캔 맥주, 과자 봉지 등을 앉은 자리에 그대로 둔 채 사라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벤치마다 바람에 날린 전단지가 자리를 잡았고, 벤치 위에 놓은 비닐 봉지에는 분리되지 않은 채 버려진 음식물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인근 주민 이모씨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봄철이 이 정도니 여름철은 정말 쓰레기 천지가 된다”고 혀를 내둘렸다.
◆벚꽃길은 불법 노점상으로 ‘아수라장’
주말인 전날 오후 찾은 한강공원의 보행로는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시민들이 늘수록 노점상도 증가해 통행에 불편을 줬는데, 늦은 밤부터는 그야말로 ‘노점상 천국’으로 바뀌었다.
노점상들은 벚꽃길 따라 좌판을 펼치고 음식물을 판매했다.
‘벚꽃’ 대목을 노리고 닭꼬치와 각종 구이, 김밥, 핫도그, 호두과자 등으로 호객 행위에 한창이었다.
특히 닭꼬치와 붕어빵을 굽는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냄새는 코를 찔렸다.
그러나 이처럼 보행로를 점령한 노점상들 탓에 벚꽃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보행로에 불법 주차한 노점상 차량 사이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아슬아슬 피해 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공원에서 시민이 가장 많이 몰리는 벚꽃길은 노점상 거리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인근 주민 이씨는 “해마다 반복되다 보니 단속도 하지만 별반 나아지지는 않는다”며 “노점상들이 지난 간 자리는 기름때가 남아 있어 지워지지도 않는다”고 언성을 높였다
노점은 도로법상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물로 불법이다.
대부분 노점은 사람들이 붐비는 보행로나 목이 좋은 자리를 차지해 통행을 방해한다.
더 큰 문제는 불법 노점에서 음식을 사먹은 이들이 1회용품 쓰레를 마땅히 버릴 곳이 없다는 점이다.
한강공원 풀숲에 버리는가 하면 지하도 입구나 나무 밑둥에 무분별하게 던져버리고 있었다.
노점상이 떠난 자리를 이튿날 살펴보니 아름다운 벚꽃길이라는 명칭을 무색하게 했다.
노점상인 대부분은 위생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생 점검을 받지 않고 음식을 판매하는 탓이다.
위생 장갑은커녕 아무렇지 않게 맨손으로 음식을 만지는 등 위생관리 허점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조리하던 손으로 돈을 받고, 전화가 올 때마다 음식을 만지던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닭꼬치의 각종 양념이 떨어져 보행로를 더럽혀지는 일은 예사였다.
한강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한강을 찾은 시민들이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그대로 버리는 사례가 많다”며 “지금은 한강공원이 1년 중에 제일 바쁜 기간이라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평소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쓰레기량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노점상 대책에 대해서는 “수시로 단속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