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로 가뭄·홍수 빈발… 인류 생존의 ‘최대 위협’ [세계는 지금]

온난화 확장으로 치명적 무더위 잦아 / 열대 뎅기열 등 질병 급증 건강 비상등 / 濠선 서식지 잃은 설치류 일종 첫 멸종 / 사막성 건조 기후 늘고 해수면도 상승 / 미세먼지 장기화도 이상기후와 연관 / 폭풍우 등 갈수록 위력… 안보까지 영향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보다 기후변화가 지구촌을 위협하는 최대 위협요소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지난해 세계 26개국을 상대로 ‘최대 위협요소’를 조사한 결과 한국 등 13개국이 ‘기후변화’를 1위로 꼽았다. 전년까지 1위였던 IS를 제친 것이다. 지구촌 최대 위협으로 기후변화를 꼽는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세계인의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꼽았다. 사막이 확장하거나 여름이 길어지는 반면 겨울은 짧아지고 있다. 수도권을 덮고 있는 미세먼지가 장기화하는 것도 기후변화 때문일 수 있다. 기후변화로 멸종한 종이 최초로 보고됐고, 안보위협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9년 지구촌이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현상들

지난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대학 연구팀은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향후 30년 안에 5억명이 모기를 매개체로 한 질병에 추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온난한 기후가 북쪽으로 확장하면서 모기 서식지가 넓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캐나다나 북유럽에서 모기가 출현해 황열병, 지카바이러스, 뎅기열 등에 감염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질병을 경험한 적 없는 지역일수록 대비가 충분하지 않아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은 “유럽의 치명적인 무더위와 열대지방의 뎅기열 확산 등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촌 일부 지역 사람의 건강은 이미 비상상황”이라면서 “2030년부터는 매년 25만명의 추가 사망자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를 뒤덮은 미세먼지 등 오염된 공기가 점점 더 오래 머물면서 피해를 주는 것도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폴 오고만 조교수 등은 “기후변화가 여름철 대기의 에너지 구조를 바꿔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지구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더 강한 집중호우와 더 정체된 대기 상태’를 초래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미국과학원 학술지 PNAS에 실었다.

공동연구자인 찰스 거틀러는 “온대 저기압은 공기와 공기 오염물질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는데, 여름철 온대 저기압의 약화로 도시의 오염된 공기가 날아가지 않고 (과거보다) 더 오래 머물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환경부는 “1948년 이후 70년간 캐나다 지표면 기온이 세계 평균(0.8도)의 2배가 넘는 1.7도 상승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특히 북극지방은 이 기간 기온이 2.3도 상승했고, 겨울인 12월~2월 평균기온이 3.3도나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겨울 온난화는 새로운 해충과 질병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환경부는 전망했다.

사막성 건조기후로 변하고 있는 스페인의 기상당국은 4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이 10년 간격으로 평균 9일 늘어났다고 밝혔다. 결국 1980년대 초에 비해 여름이 5주나 길어졌다는 것이다.

호주 환경부는 지난 2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인근에 서식하던 설치류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를 멸종 명단에 등록했다. 호주 연구진은 2014년부터 이 종을 찾기 위한 조사했지만 생존 흔적을 찾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기후변화로 섬 주변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이 종의 서식지를 손상시켰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후변화로 멸종한 첫 포유류로 기록된 것이다.

영국 전염병학자 앤드루 헤인스 박사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을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간 건강에 치명적이며 2050년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부족만으로 연간 52만9000명가량이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안보위협으로 번지는 기후변화

기후변화가 안보위협을 초래한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뉴질랜드 국방부는 최근 발표한 방위정책 보고서에서 최고의 안보위협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남태평양에서 증가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경고하던 뉴질랜드는 이번 보고서에서 “폭풍우와 사이클론, 가뭄 등 극한의 날씨 패턴이 수자원과 식량,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종종 폭력이 빚어진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더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 구호활동, 평화정착 작전, 수색과 구조 업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론 마크 뉴질랜드 국방장관은 “기후변화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안보위협 중 하나임을 보고서가 확인해 주고 있다”며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주변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기후변화에 따른 안보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사이클론이 몰고 온 폭우로 미주리강에서 홍수가 발생, 미 전략사령부 중 하나가 자리 잡은 네브래스카주 오퍼트 공군기지의 건물 80여개 동이 침수되면서 마비 위기에 처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월 기후변화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가 국가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자문위원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변화가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통령에게 조언할 12명의 기후안보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파리 기후협약 실천하라”  소녀 툰베리의 외침 반향

 

“우리는 어린이들이 ‘미래의 파괴’에 저항하기 위해 교육 기회를 희생해야 하는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54회 ‘골든 카메라’ 시상식에서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16·사진)가 이렇게 역설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 18일 스웨덴 의회 앞에서 “파리 기후협약을 실천하라”면서 1인시위를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매주 금요일마다 오후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를 반복했다.어린 소녀의 작은 반란은 반향이 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라”면서 3주간 이어진 1인 연좌시위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툰베리는 스웨덴 정부가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충실히 이행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고는 “금요일은 미래다. 시위는 계속된다”고 강조했다.‘미래를 위한 금요일’(FFF·FridaysForFuture), ‘기후시위’(Climatestrike)란 이름도 생겼다. 독일 등 주변국가에서 동조하는 학생들이 폭증했고, 벨기에의 ‘목요일 수업 시위’도 여기서 비롯했다.

툰베리의 첫 시위 후 7개월이 흐른 지난 3월15일, 7개 대륙 125개 국가의 200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미래를 위한 세계 기후 시위’에 16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FFF 측은 밝혔다.툰베리가 독일의 영화·방송 관련 시상식에서 수상하고 연설하게 된 것은 오페라 가수인 엄마와 연기자이자 작가·연출자인 아빠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그가 시상식에 등장하자 배우와 영화·방송 관계자들은 동료의 어린 딸을 기립박수로 맞았다.

 

툰베리는 “정치인들은 화석 연료에는 어마어마한 돈을 보조하면서도 세계를 구하는 것은 너무 비싸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인류의 미래보다 몇몇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더 신경쓰는 것 같다”며 “하지만 여러분은 수십억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지도자들을 깨워서 우리 집에 불이 났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언론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보다 축구 경기나 영화 축제에 더 주목한다”며 “유명인, 영화배우, 팝스타들도 좋은 식당과 해변, 휴양지를 방문할 수 있는 비행권을 해칠 수 있는 ‘환경·기후 정의’를 옹호하지 않는다”며 지지를 촉구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