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내홍에… 선거제 개혁 가물가물

민주와 의견차 못 좁힌 채 표류 / 공수처·검경수사권도 힘 빠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지난달 선거제 개편안에 전격 합의했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의 내홍으로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대세다. 선거제도 개혁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기로 했던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개혁법안도 오리무중 상황이 됐다.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 4당이 단일안을 만들고 패스트트랙을 지정하기로 한 지 2주가 지났다”며 “선거제 개혁을 위한 노력이 좌초위기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도중 답변을 생각하고 있다.

심 위원장은 “만약 민주당이 ‘노딜’을 선택한다면 선거제 개혁 하나만 좌초되는 게 아니라 모든 개혁을 포기하는 선언이 될 것”이라며 “적어도 다음 주 중에는 패스트트랙 지정 일정이 가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법 단일안 마련 문제 때문에 선거법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여당에서 공수처법과 관련해 전향적 자세로 임하는 것으로 안다”며 “100% 안 된다는 자세로는 바른미래당도 (개혁안 무산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제 개편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합의한 공수처법의 세부 내용을 놓고 현재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제왕적 기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수처에 수사권, 영장청구권만 주고 기소권은 분리하는 것으로 당론을 냈다.

민주당은 ‘기소권 분리 불가’ 입장을 고수한 채 바른미래당과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4·3보궐선거 이후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심화돼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의 공수처안은 더 이상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논의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옛 새누리계 의원들이 선거제 개편안을 ‘입법 쿠데타’라고 명명한 자유한국당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평화당의 한 의원도 “우리 당도 선거제 개편안에 동의하긴 했지만 현 상황에서는 선거제 개편안 추진보다 제3지대 정개개편이 더 실익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선거제 개편안은 놔두고 개혁법안 추진을 내년 총선 의제로 띄워 별도로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