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 성장전망치를 또 내려 잡았다. 9개월 만에 세 번째 하향 조정한 것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IMF는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로 3.3%를 제시했다. 3개월 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논란에 휩싸인 영국의 성장전망치도 1.5%에서 1.2%로 0.3%포인트 하향조정됐다.
신흥 개도국의 성장전망은 4.5%에서 4.4%로 0.1%포인트 내려갔다.
브라질은 0.4%포인트(2.5→2.1%), 멕시코는 0.5%포인트(2.1→1.6%), 인도는 0.2%포인트(7.5→7.3%) 각각 성장전망치가 하향조정됐다.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선 기존보다 0.1%포인트 높은 6.3% 성장률을 제시했다.
한국에 대해선 지난해 10월에 제시한 전망치와 동일한 2.6%를 유지했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인 기타 고피나트는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의 민감한 순간(delicate moment)"이라며 "올해 전 세계 국가 가운데 70%가 성장둔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AFP통신이 전했다.
고피나트는 '하방 위험'(downside risk)이 곳곳에 남아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주요 경제권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재정 부양 등으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기준점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도한 비관론에는 거리를 뒀다. 특히 중국 경제의 회복 시그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대한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한다면, 지금 예상하고 있는 경기회복세는 늦어질 수 있다"며 "값비싼 정책적 실수를 피하도록 정책당국자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IMF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촉발한 무역갈등을 글로벌 성장둔화의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이와 관련, 세계 교역량(상품·서비스)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3.4%로 0.6%포인트 낮춰 잡았다. 지난 1월에도 0.6%포인트 하향조정된 바 있다.
다만 내년에는 교역량 증가율이 3.9%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글로벌 무역갈등이 이른 시일 내 해소된다면 세계 경제에 상당히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추가적인 무역갈등과 이로 인한 정책적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를 더욱 압박할 위험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고피나트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회견에서 "미·중 무역의 불확실성이 항구적으로 해결된다면 글로벌 성장세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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