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개통하고 넘겨주는 대가로 현금을 돌려받는 거래를 하다 사기를 당한 남성이 여자친구 덕분에 범인을 붙잡은 사연이 전해졌다. 이 남성의 여자친구는 거래를 할 것처럼 범인을 속여서 만난 후 경찰이 검거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달 20일 김모(23)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SNS를 통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접촉, '휴대전화를 대신 개통해 넘겨주면 휴대전화 가격의 일부를 주겠다'고 한 뒤 휴대전화만 받고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4일 20대 최모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씨를 만나 당시 시세 170만원 상당의 아이폰 2대를 할부로 구입했다. 최씨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명의로 개통까지 한 뒤 유심 카드를 제거하고 김씨에게 넘겼다.
김씨는 당일 저녁 최씨에게 휴대전화를 넘긴 대가로 100만원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김씨는 휴대전화를 받은 후 최씨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최씨는 70만원을 손해보는 거래였음에도 불구하고 급전이 필요해 거래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최씨의 여자친구 A씨는 자신이 해결해 보겠다며 김씨에게 다시 접근을 시도했다. A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최씨와 똑같은 방식의 거래를 할 것처럼 김씨에게 먼저 연락한 것이다.
결국 김씨는 A씨와 지난달 11일 만나기로 약속하게 됐고, A씨는 이날 아침 거래 장소를 정하기 전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받은 강북경찰서 측은 A씨에게 약속 장소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지역으로 잡을 것을 권했다. 김씨의 집과 주 활동 지역은 경기도였지만 현장 체포를 하기 위해 강북경찰서 관할 지역으로 오게 한 것이다.
이날 김씨를 만난 A씨는 거래를 할 것처럼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갔다. 그런데 당시 김씨는 A씨를 보고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남자친구인 최씨가 거래를 할 당시 A씨가 함께 동행 했었던 탓에 김씨가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A씨는 대화를 급히 마무리 지은 뒤 인근에 있던 경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김씨의 위치를 파악하고 수유역 인근 노상에서 김씨를 체포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공문서 위조, 사기, 절도 등 이미 다수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비슷한 방식의 사기 행각을 벌이고 다녔던 B씨까지 인지하고 지난달 15일 검거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김씨와 개별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김씨와 함께 지난달 20일 검찰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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