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軍 전력증강 사사건건 ‘태클’…이유는 [박수찬의 軍]

北 건설사업에 군 병력 동원 위해 우리 군 움직임 견제 / 美와 대화 재개 대비 협상력 키우려는 의도 / 남북간 군사력 격차에 대한 '초조함'
지난해 2월 21일 판문점 인근의 한 북한군 초소에 인공기와 인민군 육군 깃발이 나란히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북한이 대외 선전 매체를 동원해 우리 군의 전력증강사업과 한미 연합훈련, 대북 제재 공조 등을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기존에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미군 전략자산 전개나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심으로 비난 공세가 이어졌지만, 군사합의서가 채택된 이후에는 우리 군의 독자적인 군사훈련과 전력증강, 소규모 연합훈련까지 트집을 잡고 있다. 우발적 충돌방지와 적대행위 중지를 골자로 한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걸고 넘어지며 “도발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모양새다. 외부에 공개된 국방 분야 소식이라면 무조건 비난부터 하는 실정이다. 말 그대로 ‘닥치고 비난’이다.

 

◆지칠 줄 모르는 北의 비난전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8일 한미 연합으로 2주간 진행했던 쌍룡훈련이 올해 우리 군 단독으로 1주일간 실시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을 노린 침략적, 도발적 성격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이것이 북남선언들을 스스로 부정하고 뒤엎는 무분별한 행위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순한 군사적 움직임을 결코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파국적 후과(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자들이 지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공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청주 공군기지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매체는 7일에는 F-35A 스텔스 전투기의 청주 공군기지 도착에 대해 “북남 선언들과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에 배치되게 박근혜 정권이 대결 시대에 계획하였던 전쟁장비 반입 놀음을 고스란히 실행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배신적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또 “전쟁장비들을 하나라도 끌어내갈 대신 스텔스 전투기까지 끌어들이는 현 당국의 처사가 선제 타격을 떠들며 동족 대결에 광분하던 박근혜 정권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민족끼리는 2일 한미 연합 퍼시픽 선더 공중 훈련, 미 해안경비대 경비함 버솔프함의 제주 입항과 한국 해경과의 연합 해상검문검색 훈련 등을 언급하며 “모처럼 마련된 긴장 완화 분위기를 파괴하려는 위험한 군사적 도발이며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확약한 싱가포르 조미(북미) 공동성명과 북남선언들의 이행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선전매체 메아리도 “조선반도의 정세가 다시금 악화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세계 앞에서 한 약속을 줴버리고(깨버리고) 군사적 도박을 강행한 도발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난 공세는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진행됐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4일 우리 군의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와 화력여단 창설 계획에 대해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적대관계 종식을 확약한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에 배치된다”며 “진정으로 북남관계의 지속적 발전과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연습과 무력증강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군 FA-50 경전투기 편대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노동신문은 같은달 16일 우리 공군 단독으로 진행됐던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탄도미사일 조기경보레이더를 비롯한 무기 도입을 싸잡아 비난한 바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같은달 14일 정부가 2019년도 국방예산을 8.2% 증액한 것에 대해 “남조선 당국의 군비증강 책동은 앞에서는 미소를 지으며 관계개선을 표방하면서도 뒤에서는 딴꿈을 꾸는 동상이몽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군사력 격차에 ‘초조’…“내로남불” 지적도

 

북한이 우리 군의 전력증강과 한미 연합훈련을 맹비난하는 것에 대해 북한이 건설사업에 군 병력을 동원하기 위해 우리 군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백두산 삼지연군 개발과 원산 갈마 해양관광지구 등 대형 건설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군부는 북한에서 대형 건설사업에 필요한 자원과 기술, 조직을 모두 갖춘 유일한 존재다. 군대를 경제현장에 투입하려면 남한의 군사훈련과 전력증강이 눈에 띄는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 

2017년 4월 1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제재 완화에 부정적인 미국에 대한 불만을 남한에 쏟아내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하는 동시에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화 재개에 대비해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남북간 군사력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에 대한 북한의 초조함이 대남 비난의 저변에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6.25 전쟁 이후 중국과 러시아에서 전투기와 지대공미사일, 전차, 군함 등 다양한 무기를 공급받았다. 1980년대에는 러시아에서 당시로서는 첨단 무기인 미그-29 전투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냉전 붕괴와 더불어 외부로부터의 무기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1999년 카자흐스탄으로부터 미그-21 전투기 30여대를 밀수입한 것이 마지막이다.

북한 공군 미그-21 전투기가 비상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러시아제 수호이 전투기나 중국의 J-10 전투기 도입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북한이 이를 운용한다는 증거는 없다. 일부 함정을 현대화하거나 신형 전차, 자주포 등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경제난으로 단기간 내 대량생산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남한은 각 군의 소요에 따른 전력증강이 착실히 진행중이다. 각각의 무기 도입 사업마다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 F-35A 스텔스 전투기의 국내 배치가 시작됐으며, 유사시 북한 잠수함을 탐지할 P-8A 해상초계기 구매도 결정됐다.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도 지속되고 있으며, 차기 구축함(KDDX) 건조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북한이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인 군사력 측면에서 남한에 밀린다면, 북한으로서는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

 

경제난과 대북 제재로 군사력 증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남 여론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늦어지는 책임을 남한 군부에 돌려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군사력 증강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남 비난을 두고 “북한군의 움직임부터 공개하라”고 비판하고 있다. 북한은 무기 개발이나 실전 배치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국방비로 얼마나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지도 알리지 않는다. 우리 군 당국은 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으나 북한은 선전 목적 외에는 군사훈련 지역이나 참가 부대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병대원들이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하차해 사전에 지정된 진지로 신속히 이동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대대급 이하 소규모 훈련을 제외한 나머지 훈련은 외부에 공개하고 있으며, 한반도 정세가 긴장 국면을 유지할 때도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는 대북 통보를 했던 우리 군의 기조와 비교할 때, 북한의 태도는 ‘적반하장’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군사적 신뢰구축과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남북 군사합의서의 취지를 북한이 존중한다면 대남 비난 대신 북한군의 훈련과 부대 이동, 전력증강, 예산 규모 등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 이는 상호 군비축소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등 본격적인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 완화를 위해 필수적인 조치다. 상호 이해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다.

 

우리 군 당국도 전력증강 사업과 연합훈련 진행에 대해 흔들림 없는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군사적 신뢰구축은 쌍방이 동시에 관련 조치를 이행하는 ‘대칭성’이 원칙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설조차 완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재래식 군사력 증강 및 유지과정도 불투명하다.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시범철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을 실시했지만,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은 감소하지 않았다. 전력증강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북한에 국방 분야의 투명성 제고를 촉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