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잘돼야 우리나라가 잘 된다” [인터뷰]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인천사랑’에 푹 빠졌다” / “인천이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발전하기위해선 ‘ABC정책’이 필요하다”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은 11일 “인천은 공항과 항만 그리고 투자가 가장 많은 경제자유구역이 있다”며 “농촌과 어촌, 전국에서 가장 긴 접경지역으로 대한민국의 축소판 같은 인천이 잘돼야 우리나라가 잘 된다”고 밝혔다.

 

배 이사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인천이 무섭게 커가고 있다”며 “인구가 300만 명이 넘고 지역총생산도 부산을 넘어섰다”며 ‘인천자랑’을 했다. 그러면서 “인천이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발전하기위해선 ‘ABC정책’이 필요하다”며 인천발전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가 말한 A는 어트랙션(attraction, 매력)을 의미한다.

 

배 이사장은 “인천이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냐. 바다와 100여 개의 섬이 있고, 근대문화자산이 많다”며 “어트랙션을 잘 꿰어 사람들이 찾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천이 인어공주 동상 상징인 덴마크 코펜하겐처럼 관광도시로 탈바꿈해야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어 “B는 밸런스(balance,균형)”라며 “송도·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가 잘 발전 돼 낙수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경제자유구역의 기본 취지인데 지금 그렇지 못하다. 분수효과는 없어도 낙수효과라고 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C는 고용창출(creation of jobs)을 뜻하며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부연했다.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은 11일 인천시 중구 인현동 인천경제연구원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불합리한 경제·사회적 구조를 내가 다 해결을 못하지만 일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생긴다”며 “정부, 국회, 인천항만물류회장 등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허정호 선임기자

그는 인천경제연구원의 역할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설계하며 인천의 균형 있는 발전과 성장을 위해 세미나 등 간담회 개최, 여론조성, 지역이슈 발굴, 교육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인천시의 정책과 행정 등을 시민의 눈높이에서 분석한 뒤 대안을 제시하는 등 인천지역의 ‘고른발전’과 경제의 ‘바른성장’, 정부의 ‘너른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이 양적으로 크게 팽창했다. 이제는 질적으로 성장해야한다”며 “‘서인부대(서울, 인천, 부산, 대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인천이 부산을 뛰어 넘어 서울 다음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천이 부산보다 면적이 넓다”며 “인구도 인천은 늘어나는 반면 부산은 줄어드는 추세다”고 덧붙였다.

 

배 이사장은 “인천의 고용률은 괜찮은 편이며 실업률도 낮다. 문제는 1인당 소득이 다른 시·도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며 “대기업이 많지 않고, 신용카드도 50%이상을 역외에서 사용하고 있다. 송도에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삼성바이오 등이 들어섰지만 ‘베드타운’역할에 머무는 수준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실상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천의 가장 시급한 일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며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가 가능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환경도 좋아진다. 대기업이 오고 양질의 인력이 인천에 많이 몰려와야 하는데 지금은 마디마디마다 고리가 끊겼다”고 부연했다.

 

배 이사장은 40대 초반에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을 지냈다. 그는 “인천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경제단체가 인천항만물류협회다”며 “인천은 항만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인천항이 생기면서 물건을 싣고 내리고 보관하는 물류업을 하는 회사들로 구성돼 있다. 인천에서 하역하는 양이 연 평균 1억2000만t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연세가 높으신 분들이 회장에 추대됐다. 나는 경선을 통해 2표 차이로 이겨 당선됐다”며 “협회가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노사협상이다. 항만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을 한다. 내가 회장으로 재임하며 인천항 역사상 최초로 평화협정을 맺어 임금을 동결했다. 또 컨테이너는 처리물량 200만TEU를 넘겼다. 인천내항의 100만평 가운데 3만평을 개방해 시민들에게 돌려주었다”고 말했다.

 

배 이사장은 정무장관 비서, 국회의장 공보비서관·국회 부대변인,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 회사 생활 등을 두루 거쳤고, 현재 대학 교수와 적십자사 활동 등을 하고 있다.

 

그는 “공직자와 회사생활을 하며 사회가 잘 안 돌아가고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점을 느꼈다”며 “그런 불합리한 경제·사회적 구조를 내가 다 해결을 못하지만 일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생긴다. 정부 및 국회 공무원,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 등을 하며 쌓은 경험을 살려 큰 틀에서 사회를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