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째 제자리 걸음…경찰 수사 가로막는 ‘버닝썬 식’ 유착 [뉴스+]

'버닝썬 사태' 관련 공무원 유착 의혹 세 가지 / 비교적 소액이라 수상한 자금 발견해도 출처 특정 어려워 / 전자 거래 추적하고 있지만 수상한 자금 흐름 못 찾아 / "평생직장·연금 포기하겠냐"는 상식적 의심도 / "단돈 1만원을 받았어도 공직 윤리 저버린 건 마찬가지"

경찰이 클럽 ‘버닝썬’, ‘아레나’와 공무원 간의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2달이 넘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 조사가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과거 뇌물 사건과 다르게 적은 금액으로 현금을 주고받는 ‘버닝썬식’ 유착 유형이 수사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버닝썬 사태’와 관련한 공무원 유착 의혹은 크게 3가지다. △버닝썬 공동대표 이성현(45)씨가 버닝썬에 미성년자가 출입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전직 경찰관 강모씨를 통해 현직 경찰들에게 금품을 줬다는 의혹 △클럽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유리홀딩스 대표 유인석(29)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윤모 총경을 통해 현직 경찰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 △클럽 아레나가 소방과 구청 공무원들에게 평소 현금을 주며 관리해왔다는 의혹이다.

 

세 가지 의혹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현직 공무원이 받았다는 현금과 대가성 물품들의 가치가 비교적 소액이라는 것이다.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줬다는 의심을 받는 경찰관들이 받았다는 액수는 220만원이다. 윤 총경이 유씨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콘서트 티켓도 장당 13만원 수준으로 총 40여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아레나의 회계 장부에서 등장하는 소방과 구청 관리 자금도 각각 210만원과 150만원이다. 모두 공무원 개인이 충분히 융통할 수 있는 수준인 탓에 자택 압수수색 등을 통해 수상한 자금을 발견하더라도 돈의 출처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과 관계된 전자 거래의 흔적도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전직 경찰관 강씨와 버닝썬 공동대표 이씨 등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지만 특별히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하지 못했다. 윤 총경도 유씨와 직접 만나 티켓을 받았고 아레나에서 공직자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 내역도 아직 포착되지 않은 상태다. 유착 의혹이 사실이라도 증거를 찾을 수 없으니 경찰 수사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무원들이 자신의 월급보다도 적은 돈을 받으면서 평생직장과 연금을 포기하겠냐는 상식적인 의심도 수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무원 이모(30‧여)씨는 “버닝썬 뉴스를 보며 공무원들이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된 클럽과 유착돼 뒤를 봐주고 있었다는 소식에 분노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같은 공무원으로서 저렇게 적은 돈으로 직권을 남용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처음에 220만원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당연히 낭설인 줄 알았다”며 “수사관도 피의자가 이런 소액으로 뒤를 봐줬겠냐고 반문하면 말문이 막힐 것 같다”고 전했다. 수사 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버닝썬 사태와 같은 유착 범행을 규명하려면 현금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전자 거래만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지문 한국청렴본부 이사장은 “단돈 1만원을 받았다고 해도 공직자의 윤리의식을 저버렸다는 점은 다름없다”며 “작은 구멍이 댐을 무너뜨리듯 적은 돈이라고 눈감았다가는 전체 공직사회가 병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당초 뇌물성 자금의 액수가 컸을지라도 여러명을 거치면서 금액이 충분히 적어질 수 있다”며 “소액 현금 거래 탓에 증거를 찾기 어려운 만큼 더욱 수사 의지를 강하게 보여줘야 국민의 의심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