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된 성관계 동영상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일으킨 일명 ‘정준영(위 사진)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 저속한 성관계 묘사는 물론, 여성들을 음식에 비유하거나 심지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발언까지 오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13일 BBC 코리아에 따르면 해당 정준영 단톡방에는 빅뱅 전 멤버 승리와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을 비롯해 연예인들 외에 비연예인들도 섞여 있었다.
2016년 단톡방에서 멤버들은 저속한 표현으로 여성들과의 성행위를 묘사했고, 한 여성에 대해서는 ‘위안부급’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독일에 다녀왔다는 한 단톡방 멤버는 “가자마자 한국 X들 XX거야. 집으로 불러서 X 먹고 나갈게”라며 독일 여성의 신체를 비하했다. 또 다른 멤버는 여성을 ‘음식’에 비유하며 비아냥거렸고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을 공유하며 자랑했다.
BBC 코리아는 “단톡방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은어는 ‘여성의 성기’를 일컫는 비속어”라고도 전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이들의 단톡방 피해자는 현재 알려진 10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사건 최초 제보자인 방정현 변호사는 방송에 출연해 “2016∼2019년이면 말도 못 하게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고발된 채팅방 대화 내용은 (2016년) 10개월치인데, 대화를 보면 멤버들이 두 달 정도 지나면 채팅방에서 다 나가라고 한다. (승리가) 방을 삭제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거다. 채팅방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였다. 하나의 채팅방에서 계속 이어진 게 아니라 채팅방을 삭제하고 다시 만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한 단톡방에서 누군가 “왜 방을 없애느냐”고 묻자 최종훈이 “자기관리. 청소”라고 답하는 내용도 포착됐다.
승리가 철저하게 단톡방을 관리했음에도 결국 꼬리가 밟힌 이유에 대해 방 변호사는 정준영을 꼽았다. 채팅방에서 끝까지 나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던 인물이 바로 정준영이라는 것.
그는 “카톡방 대화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전부 나갔다면 자료를 찾기 힘들었을 텐데, 정준영이 남긴 채팅방 덕에 이런 모든 사실들이 밝혀지게 됐다”고 전했다.
이렇듯 정준영이 단톡방에서 나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연쇄 성범죄자나 연쇄 살인범 같은 경우 그런 종류의 피해자를 연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모아 놓는다”면서 “모아 놓는 이유가 도착증을 의미한다”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정준영이)모아놨던 영상물을 다시 보면서 회상하면서 대리 만족을 하며 시간을 보낸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아마 그런 목적으로 없애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