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14일 사흘째 각계 조문이 이어졌다. 한진그룹 측은 첫날부터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15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고인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는 크리스티 리즈 보잉 아태세일즈마케팅 부사장, 이산무니어 보잉 글로벌세일즈마케팅 부사장 등이 조문했다. 한진그룹 주력 대한항공은 보잉사의 최대 구매 고객 중 하나다.
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조 회장 영전에 애도를 표했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사장도 조문했다. 김 사장은 평창동계올림픽 부위원장으로 위원장이던 조 회장과 함께 활동했다.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도 빈소를 찾았다. 김연아는 조문 후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지만, 소속사를 통해 “한국 동계스포츠를 위해 헌신하신 고인에게 감사드리고 다시 한 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전날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추모의 뜻을 전한 뒤 장례식장에 10분 정도 머물고 떠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뒤이어 빈소를 방문해 “안타깝다”고 애도를 표했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과 최규남 SK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도 빈소를 찾았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조동성 인천대 총장 등 관가·학계 조문도 이어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조문한 뒤 “1990년대 초부터 대미 관계를 하면서 조양호 회장의 폭넓은 인맥 관계를 정부에서 많이 지원받았다. 국위선양에 많은 역할을 하셨다”고 회고했다.
항공업계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조 회장이 창립을 주도한 글로벌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의 마이클 위즈번 이사회 회장이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고, 팜 응옥 민 베트남항공 회장 등이 조문했다.
이날 조 회장의 두 동생도 빈소를 찾았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은 장남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슬하에 네 아들을 뒀다. 둘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넷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이날 각각 빈소를 찾았다. 과거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이들 삼형제는 부친인 조중훈 회장이 2002년 별세한 뒤 상속을 두고 서로 소송전을 벌이는 ‘형제의 난’을 겪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