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으로 한때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0위대의 중견기업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국내 두 번째 항공사로 출발한 이후 32년 만에 주인이 바뀌게 됐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 당시 시장 예상가보다 2조원 이상 높은 금액을 써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3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차입해야 했다.
또 인수 직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금융권의 차입 대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결국 2009년 6월 대우건설 지분을 재매각하기로 하는 등 포기 수순을 밟았다.
설상가상으로 대우건설 매각이 지연되면서 2009년 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다른 계열사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신청하는 등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전 회장은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이 회사가 지난달 22일 공시한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것이 결정타였다. 시장은 더 이상 박 전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신뢰를 보내지 않았고, 박 전 회장이 회장직 영구 사퇴 등의 조건을 내걸었는데도 채권단은 추가 지원을 거부했다.
박 전 회장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지는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매각뿐이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박삼구 전 회장의 동반 추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나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