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 뮤직 같은 음악 창작자 지원사업 더 많아졌으면…”

‘오펜 뮤직’ 1기 한재완·케빈킴 작곡가 / tvN ‘남자친구’ OST 작곡 한재완 / “신인 작곡가 곡 OST 선정 불가능 가까워 / 오펜이 드라마 OST 진입 장벽 낮춰줘”
CJ ENM의 사회공헌 사업 ‘오펜 뮤직’ 1기 한재완 작곡가(왼쪽 사진)과 케빈킴 작곡가는 “오펜 뮤직이 드라마 OST 진입 장벽을 낮춰주고 콘서트를 지원해 주는 등 신인 작곡가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신인 작곡가를 위해 이러한 지원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CJ ENM의 음악 창작자 지원사업 ‘오펜 뮤직’이 발족 4개월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고 있다.

신인 작곡가 3팀의 곡이 드라마 3곳에서 OST로 사용됐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뮤지스땅스에서 첫 번째 라이브 콘서트 ‘더 그레이트 오픈’(The Great O’PEN)이 열렸다. 다음달 25일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콘서트가 진행된다. 오펜 뮤직 1기 신인 작곡가 18팀(22명)이 지난해 10월에 선발된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물이다.



이 중 한재완 작곡가와 케빈킴(본명 김동현) 작곡가를 13일 서울 뮤지스땅스에서 만났다. 한 작곡가는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OST인 ‘굿 나잇’(Good Night)을 작사·작곡했다. 케빈킴은 이날 열린 콘서트의 주인공이다.

 

◆한재완 작곡가, “드라마 OST 진입 장벽 낮춰줘”

“오펜에 곡을 제출하고 일주일 뒤에 연락이 왔어요. 드라마 OST로 확정됐다는 거예요. 꿈꾸는 것 같았죠. 신인 작곡가의 곡이 드라마 OST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엄청난 기회였죠.”

한 작곡가는 자신의 곡이 tvN ‘남자친구’ OST로 사용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척 놀랐다고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까지 했다. 그만큼 현재 드라마 OST에 신인 작곡가들의 곡이 사용되는 것은 무척 어렵다. 대부분의 음악감독은 기존에 알고 있는 작곡가를 통해 곡을 받기 때문이다. 신인 작곡가에게는 기회가 거의 없다.

“(드라마) 제작사는 물론이고 엔터테인먼트 회사까지 전속 작곡가를 찾으려고 하지, 프리랜서 신인 작곡가에게 곡을 맡기지 않습니다. 그나마 맡겨도 기존 작가와 공동작업을 원하죠.”

한 작곡가도 그동안 공동작업으로 곡을 발표했다. tvN ‘변혁의 사랑’ OST ‘러브 유’(LOVE U)와 JTBC ‘뷰티인사이드’ OST ‘구름’, 길구봉구와 박보람이 부른 ‘#결별’ 등이다.

이번에는 오펜에서 1기를 대상으로 ‘리드’(또는 가이드)를 주고, 곡을 요청해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할 수 있었다. ‘리드’에는 곡이 사용될 드라마나 가수 이름, 곡의 분위기, 장르 등이 담겨 있다.

“오펜에서 매주 과제로 ‘리드’를 줍니다. 어떤 곡이 필요한지 알려주고 곡을 써 달라는 거죠. 저희가 작곡을 하면 오펜은 드라마 담당자들에게 전달해 선택하게 합니다.”

한 작곡가는 ‘남자친구’ 티저 영상과 1·2화를 100번 넘게 봤다고 했다. 남녀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상상해 곡을 썼다. 그렇게 ‘굿 나잇’이 만들어졌다. 곡은 극중 수현(송혜교)과 진혁(박보검)의 이별 후 재회하는 장면에 흘러나왔다.

“곡이 드라마나 그 장면에 얼마나 어울리냐가 중요합니다. 아이돌 음악과 OST는 다릅니다. 영상과 함께 보니까, 곡을 잘 쓰고 못 쓰기보다 영상과 궁합이 관건이죠.”

한 작곡가는 현재 웹 드라마 OST를 준비 중이다. 그는 “최대한 많은 OST를 발표하고 싶다”며 “OST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아티스트들에게도 곡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케빈킴 작곡가, “작곡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지원”

“오펜 뮤직이 작곡가 지원사업인데, 저는 싱어송라이터에 가까워서 조금 달랐죠. 그걸 오펜에 이야기했고 오펜에서 싱어송라이터 활동도 적극 밀어줬습니다. 이번 콘서트도 그런 차원에서 진행된 겁니다.”

케빈킴은 본인을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2015년 6월 ‘연남동 연가’를 발표했다. 지난 3일에는 ‘너를 찾아서’, 11일에는 ‘빗속으로’를 내놨다.

“곡을 다른 가수에게 주기도 하지만, 직접 부르는 것도 좋아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입니다. 이번 콘서트에는 기존 발매 곡과 여성 가수에게 주려고 준비했던 2곡을 들려줄 예정입니다.”

케빈킴은 오펜에서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제일 먼저 의사를 전달했다. 이미 가수 활동을 하고 있고, 오펜에서 콘서트 관련 지원도 해주기 때문이다.

“부담이 아주 없지는 않았어요. 세션을 제가 직접 구해야 했거든요. 서울시내 대학교에 공문을 돌렸어요. 바이올린 2명, 첼로 1명, 피아노 1명, 일렉트로닉 기타 1명을 제가 직접 만나서 뽑았죠.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이 됐어요.”

자신의 첫 번째 콘서트라는 점도 부담이 됐다. 그는 이날 극도의 긴장에 손을 떨었다. 공연 중 잠시 무대에서 내려가 쉬기도 했다. 그럼에도 콘서트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관객들은 “좋은 노래 잘 들고 좋은 공연 잘 봤다”고 입을 모았다. 케빈킴은 “오펜 뮤직이 없었으면 지금쯤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작년 1월에 퇴사를 했습니다. 2년 정도 음악에 집념해 보고 안 되면 다시 돌아가자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1년 정도 큰 성과 없이 보내던 중 오펜 뮤직을 알게 됐고, 이렇게 콘서트까지 하네요. 제게 좋은 이력 한 줄이 생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펜 뮤직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멘토링을 해주시는 분들이 다양한 분야 출신이면 좋을 것 같다”면서 “소수 정예로 뽑아서 창작지원금 등을 집중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