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년 → 7.4년 … 한국 생명공학 기술 격차 확 줄였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차세대바이오그린21 사업’ 8년 성과 / 농생물 게놈 분석·식의약 소재·육종 등 / 5342억 투입 산·학·연·관 R&D 협력 / 항노화 컬러쌀·천연화장품 원료 개발 / 타미플루 핵심성분 대량생산기술 확보 / SCI급 학술지에 논문 게재 4900여건 / 고부가 창출… 1조6500억 경제 효과 “바이오경제 ‘퍼스트 무버’ 도약 발판”

세계 최초의 탄저병에 걸리지 않는 고추 품종 개발부터 항노화·비만 등 기능성 컬러쌀, 주름개선 효과가 뛰어난 천연 화장품 원료 대량생산 기술, 고추·인삼·콩·무 등 국가적 중요 품목의 생명 설계도 확보까지. 농촌진흥청 주도 ‘차세대바이오그린(BG)21 사업’의 지난 8년간의 눈부신 성과들이다.

차세대BG21 사업은 농업생명공학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한 실용화·산업화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학·연·관 협력 국책사업이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5342억원이 투입됐다. 내년 마무리되는 차세대BG21 사업의 주요 연구개발(R&D) 성과 및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차세대BG21사업, 1조6500억원 경제 효과”



“차세대BG21 사업으로 생명공학 분야의 기술 격차를 2010년 14.3년에서 2015년 10.4년으로 줄인 데 이어 내년에는 7.4년으로 좁히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차세대BG21사업 공동 심포지엄’에서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의 개회사는 힘이 넘쳤다. 김 청장은 “생명공학기술은 관련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질병, 식량, 에너지, 환경 등 인류 공통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농생명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청장 공언대로 차세대BG21의 성과가 눈부시다. 차세대BG21사업은 농업생명공학 원천기술을 개발해 고부가 농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1년 시작됐다. 농진청 연구진은 물론 각 대학 및 연구기관, 기업 등이 참여해 △농생물 게놈 활용 연구 △농생명 바이오식의약 소재 개발 △농업생명공학연구 △동물분자유전 육종 △식물분자 육종 △시스템 합성 농생명공학 등 6대 분야 R&D와 실용화를 진행했다.

정량적 실적은 목표치를 뛰어넘는다. 지난 8년간 SCI급에 게재된 논문은 4900건에 이르고 이 중 30편은 셀, 네이처, 사이언스 등 최고 권위 과학저널에 실렸다. 특허 출원과 등록은 각각 2302건, 993건이고 기술이전으로 거둔 수입은 146억원이 넘는다. 각 성과지표 모두 목표보다 1.5∼2.5배 초과 달성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차세대BG21사업이 목표를 달성할 경우 생산 1조636억원, 부가가치 4179억원, 수입 1660억원의 경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입한 사업비의 2.8배가 넘는 투자 효과를 보는 것이다.

특히 ‘농생명바이오식의약 소재개발 사업단’의 성과물은 농생명공학이 단순히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를 넘어 왜 가까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사업단은 주름 개선·미백 향상 화장품 원료인 레티놀을 천연 발효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상피세포성장인자(EGF) 단백질을 변형한 고기능성 화장품 소재 개발에도 성공했다. 기술이전료 총액은 3억원이고 지난해만 6000만원을 받았다.

사업단은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의 핵심 성분인 시킴산 대량생산 기술도 확보했다. 코리네박테리아와 대장균을 이용해 시킴산 대량생산을 위한 유전체 재설계 균주를 개발한 것이다. 기존 저효율·고비용의 대명사였던 항바이러스제 원료 물질을 대량으로 싸게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고부가가치 의약품 소재 개발로 국산화는 물론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 성과 토대로 산업화 박차 가할 시점”

차세대BG21사업은 동식물 분자육종 사업에서도 빛을 발했다. 식물분자육종사업단은 세계 최초로 탄저병에 걸리지 않는 고추 품종(피알칼라왕)을 개발한 데 이어 분자육종 기술을 이용해 각종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갖춘 고추 등 채소작물 육종소재를 육성했다. 사업단은 이종교배와 분자육종을 통해 병해충에 강하고 맛과 수량이 뛰어난 흑미와 경질밀 개발에도 구체적 성과를 거뒀다.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은 종축 개량과 가축 생산성·항병성 증진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돼지 장내 미생물 가운데 유용한 균주 14개를 선발해 질병과 냄새 유발 가스와 분뇨를 저감하고 고품질의 돼지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에코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 기술’을 개발했다. 한우 개량의 경우 도체중을 75%, 등심 단면적을 76%, 근내지방도를 79% 향상한 보증씨수소를 선발해 전국 농가에 보급했다.

차세대BG21에서 유일한 연구단인 농업생명공학연구단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작물 개발에 주력했다. 예컨대 연구단은 다중유전자 동시 발현 등을 통해 기능성 천연색소를 추가하는 컬러쌀을 개발할 경우 시력 증진(지아산틴)과 항노화(아스탁산틴), 항비만(캡산틴) 등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향후 50조∼100조원으로 추산되는 교배종 고품질 잔디 환경 위해성 평가와 오메가-3 함량을 증대한 콩 형질전환체 생산도 연구단 실험실에서 나왔다.

농생명공학계에서는 차세대BG21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실용화·산업화에 나서 바이오경제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농산업 분야는 바이오경제 시대의 주축산업으로서 전략적 투자와 함께 산·학·관·연 협력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강병철 교수(원예생명공학)는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성과를 이뤘다”며 “이젠 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가야 한다. 앞으로는 산업체 참여를 더욱 늘려서 농산업 측면의 기반을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