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느니만 못한 의원총회가 돼 버렸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18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선거법·고위공직자수사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 여부를 표결하려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둘러싼 당내 갈등만 확인한 채 성과 없이 끝났다. 4·3 보궐선거 참패 후 바른정당계에 이어 국민의당계도 집단으로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가운데 호남발 제3지대 신당 창당론까지 겹치면서 바른미래당이 분당 직전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날 의총은 시작부터 고성과 몸싸움으로 얼룩졌다. 하태경·지상욱 의원은 “공개 발언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김 원내대표는 “비공개로 의총을 진행하겠다”며 이들을 제지했다. 지 의원은 이에 제3지대 신당 창당 관련 보도를 언급하며 “토론이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회의 안건은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이었지만 신당 창당설에 대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반발과 대표 사퇴 요구로 회의 내내 고성이 이어졌다. 일부 의원은 “손 대표는 각성하라,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주선 의원은 이에 “바른미래당이 주도해 제3지대에서 빅텐트를 쳐서 중도·실용·민생 위주로 정치하자는 사람들 전부 새롭게 출발하자”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 중간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공수처 최종합의안(판검사, 경찰 고위직 한해 기소권 부여)을 부인하는 발언을 했고, 패스트트랙에 부정적 견해를 가진 의원들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며 “최종 합의된 내용 자체가 상대 당에서 번복하는 문제가 나왔기에 이 문제에 대해 더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에 올릴 선거법·공수처법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국민의당계 전·현직 당협위원장 90여명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회의실에서 “(의총은) 바른미래당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김철근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대부분이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공감대를 이뤘다”며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