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기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대북제재 해제와 비핵화 방식 등 핵심 의제에 관한 상대측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차 정상회담을 위한 대화, 협상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 불안이 우려된다.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 징후를 3차 북·미 정상회담 조건으로 내걸자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협상 책임자를 바꾸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18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기자와 문답하는 형식을 통해 차기 북·미 협상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아닌 다른 인물이 나오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권정국 미국담당국장은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추어보아도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군 하는데 앞으로도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볼턴 보좌관 못지않게 대북 강경론을 보였던 폼페이오 장관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독재자’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한 반격으로도 보인다. 권 국장은 김 위원장 시정연설을 상기시키며 “미국은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 손으로 올해 말까지 치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전날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참관했다. 신형 무기 시험 현장지도는 5개월 만이다. 전날 공군부대 방문에 이어 이틀째 군사행보를 진행한 것은 저강도 무력시위를 통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현장 지도에서 “이 무기체계의 개발·완성은 인민군 전투력 강화에서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며 “우리 식의 무기개발 사업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협상이 재개되지 않으면 북·미가 다시 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수찬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