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법방해 시도 있으나 실패… 범죄판단은 못내려"

'러시아 스캔들' 美특검보고서 공개 / 민주당 "사법방해" vs 공화당 "게임 끝"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한 22개월간의 로버트 뮬러 특검팀 수사결과 보고서가 18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앞서 미 의회에 보고된 4쪽짜리 문서와 달리 이번에는 448쪽짜리 보고서다. 미 법무부는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19일 0시) 보고서를 의회에 보내고 특검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내용을 공개했다. 대배심 심리나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방해될 소지가 있는 정보 등 4개 분야의 내용은 가린 편집본이다.

 

◆“러시아 접촉 많지만 공모 증거 없다”

 

특검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접촉한 흔적은 많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공모한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적었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러시아 정부와 선거 개입 활동을 공모하거나 조율한 사실이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양한 수사 방해 시도가 있었지만 당사자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는 법무부의 확인 등과 맞물리면서 특검팀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 범죄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보고서 전체 내용이 담긴 편집본을 의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법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사법방해 의혹 증거를 특검이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은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 ‘기소 판단’에 이르지 못했다. 대통령의 행위와 의도를 봤을 때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혐의라고 판단한 것도 아니라고 특검은 밝혔다.

 

보고서는 사법방해 의혹과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및 트럼프 캠프공모 의혹, 트럼프 대통령 서면조사, 각종 관련자 및 증인들의 진술 등을 정리했다.

 

특검은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과 사법방해 의혹 조사를 포함한 수사에 대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여러 행위를 발견했다”며 “대통령은 수사를 통제하려는 일련의 행위들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에 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수사보고서의 편집본 일부. AP연합뉴스

◆“트럼프, 뮬러 특검 해임지시…중간에서 거부”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 의혹을 공개한 뒤 도널드 맥갠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뮬러 특검을 해임할 것을 지시했다고 특검 보고서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이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에게 “뮬러는 떠나야 한다”고 말하도록 지시했지만, 맥건 고문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사임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특검 해임을 지시한 것을 부인하려 했으며 이는 지시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일 수 있음을 그가 알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특검은 지적했다. 특검보고서 편집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해 뮬러 특검 해임 의혹 등 10개 사례가 나열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를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코미 전 국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렸기 때문에 해임된 것이라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특검은 기록했다. 다만 코미 전 국장의 해고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음모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증거는 규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한 수많은 행위를 조사했으며 여기에는 수사에 대한 공식적 공격과 수사를 통제하려는 비공식적 노력, 증인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활동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특검은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는 대통령의 노력들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는 주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그의 명령을 이행하거나 그의 요구에 응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대면조사 1년간 거부한 트럼프, 서면조사선 ‘기억이 없다’”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 대면조사를 요구했지만 약 1년에 걸친 검토 끝에 대통령 측이 이를 거절했고 결국 서면조사로 대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쪽 분량의 서면 답변서에서 30여개의 질문에 “기억이 없다”고 하는 등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검은 서면 답변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소환장 발부를 검토했지만 긴 법정 다툼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결국 소환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뮬러 특검팀이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의 법률적 판단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 워싱턴DC 신화=연합뉴스

법무부는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는 의견을 특검팀에 전달했고, 이와 별개로 대통령에 대한 연방정부의 형사고발은 대통령 권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특검은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잠재적으로 판단하는 결과가 되는 접근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소하지 않기로 결론내렸다는 것이다.

 

◆민주당 “사법방해 증거 드러나”…‘관련자 청문회+전문 공개’ 압박

 

특검보고서가 공개됐지만 수사 결론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더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특검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법 방해 부문이 민주당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진원이 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비록 보고서가 불완전한 형태(편집본)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와 다른 위법행위에 관여했다는 충격적인 증거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의회의 책임이라고 했는데, 탄핵을 의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하나의 가능성이다. 다른 것들도 있다”면서 “우리는 확실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상을 파헤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원 법사위는 다음달 2일 바 법무장관을 출석시켜 추궁하는 한편, 편집되지 않은 특검보고서 원본 공개를 거듭 압박할 예정이다. 내들러 위원장은 또 뮬러 특검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빨리 출석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 상원 사령탑인 척 슈머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법방해 여부와 관련한 바 법무장관의 언급과 특검 보고서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며 “우리가 특검 보고서를 계속 검토하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 방해를 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특검보고서는 그런 주장을 약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사진=EPA연합뉴스

◆트럼프 “게임 끝” 선언… 논란 이어질듯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 무죄’를 주장하며 대대적인 여론전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을 패러디해 “게임 끝(GAME OVER)”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상 장병 격려 행사에서도 “공모도, 사법방해도 없었다고 한다”면서 특검 수사가 개시된 것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며 역공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특검 수사를 2020년 대선까지 민주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사설을 통해 “바 법무장관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 국민으로부터 ‘무죄 추정’을 얻지 못했고 (공화·민주) 양당은 검열되지 않은 (완전한) 특검보고서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