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등학생들에게 ‘삶을 바꾸는 인문학’에 대한 강연을 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저는 ‘아싸’가 아니라 ‘핵인싸’가 되고 싶은데, 그러면 진정한 나다움을 잃어버리는 걸까요?” ‘아싸’, 즉 아웃사이더(outsider)가 되기 싫은 마음 vs ‘핵인싸’, 즉 무리에서 핵심적인 인사이더(insider)가 되고 싶은 마음, 그 두 마음 사이의 갈등은 청소년기의 내적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이후 성인이 된 후 ‘나다움’을 찾는 과정에서도 매우 결정적인 성장의 과제다. 나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아웃사이더가 될 용기’의 중요성이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아웃사이더였다. 많은 사람이 섞인 무리에 있을 때 자주 불편함을 느꼈고, 리더가 되고 싶지도 않았으며, 늘 서늘한 소외감을 가슴 깊이 안고 살았다. 하지만 그 모든 아웃사이더의 체험을 통해 나는 진정한 나다움을 배웠다. 아웃사이더를 선택한 이유는 ‘남들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나답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나답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중요함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어느 순간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구분마저도 중요치 않게 된다. 내 마음의 나침반이 항상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답게 살기’를 향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그럴싸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사회적 연기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나 같은 성격은 리더보다는 작가나 예술가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삶이 어울린다. 그런데 이런 마음의 나침반을 갖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 방황해야 했다. 내게 ‘아웃사이더가 되기 싫다’며 그러면서도 ‘남들과 섞이다가 나다움을 잃어버릴까봐 두렵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학생은 열일곱 살이었다. 열일곱 살에 내게 ‘나답게 살기’를 택해도 좋다고, 타인에게 인정받는 삶보다 나 자신에게 정직한 삶을 택해도 좋다고 조언해준 사람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훨씬 덜 방황하고, 훨씬 덜 아파하고, 스스로를 ‘부적응자’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 나는 그 열일곱 살 소녀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인사이더, 아웃사이더, 그런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중요한 것은 ‘내 삶을 내가 이끌어간다는 용기’라고.
정여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