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42)씨는 아침마다 발작적인 재채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 후 사무실에서는 휴지를 가져다 놓고 줄줄 흐르는 콧물을 닦기 바쁘다. 그러다 콧물이 멈추면 이후에 찾아오는 코막힘이 괴롭다. 주변에서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하지만 이씨는 “봄이 오면 으레 겪는 연례행사”라며 “심하면 코 세척해주면 조금 낫다”고 넘기고 있다.
4월 들어 일교차가 심한 날씨가 이어지며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 증상이 가벼운 감기와 유사해 이씨처럼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알레르기 비염 방치 시 수면장애로 인한 만성 피로, 천식과 부비동염(축농증), 중이염과 연결되는 만큼 정확한 진단을 통한 치료와 비염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간질간질 ‘에취’… 알레르기 비염 증가 추세
◆방치 시 부비동염, 중이염 위험… 집먼지 등 항원 차단해야
특히 소아 알레르기 비염은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고 부비동염, 중이염, 인두편도비대증 등 합병증이 나타나기 쉬운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소아 만성 부비동염 환자의 절반가량에서, 천식환자의 80%에서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할 경우 코와 목구멍 사이에 몸속으로 나쁜 균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인두편도에 염증이 생겨 얼굴이 붓는 인두편도 비대증으로 얼굴형까지 변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를 위해서는 보통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발 항원을 차단할 수 있도록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기를 권한다. 유발 항원은 피부반응검사나 혈액검사 등 검사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비충혈제거제의 경우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해주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혈관 확장 작용이 일어나 코막힘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일주일 이상 장기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
김태훈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증상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병원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집 안에서는 집먼지진드기, 야외에서는 꽃가루 등 알레르기 요소 등에 노출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먼지진드기가 항원이라면 위생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침구류는 집먼지진드기 투과성을 낮춘 기능성 제품을 사용하고, 세탁을 자주하고 주기적으로 햇볕에 널어 말리는 것이 좋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