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 쓰레기 소각로 이전 놓고 ‘골머리’

의정부 자원회수시설 건립 계획도. 의정부시 제공

경기도 의정부시가 쓰레기 소각로(자원회수시설) 이전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인접 지방자치단체까지 이전 계획에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각로는 이미 내구연한이 지났다.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

 

21일 의정부시 등에 따르면 현재 쓰레기 소각로는 2001년 1월 장암동에 하루 200t 처리 규모로 건립돼 같은 해 11월부터 가동됐다. 

 

이 중 하루 170t만 처리하고 나머지 30t은 수도권매립지로 실어 낸다.

 

이 소각로의 내구연한은 15년이다. 의정부시는 2016년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기술 진단을 한 결과 "5년 정도 더 사용할 수 있지만 폐기물 증가로 이전이나 증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에 의정부시는 2017년 타당성 조사를 벌여 기존 소각로를 폐쇄한 뒤 새 소각로를 짓는 방안과 기존 소각로를 보수해 부족한 용량만큼 증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증축 부지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의정부 외곽에 있는 자일동 환경자원센터 안에 새 소각로를 짓기로 했다.

 

새 소각로는 민간투자방식(BTO)으로 추진된다. 민간사업자가 건설해 20년간 운영한 뒤 의정부시에 이관하며 처리용량은 기존 소각로보다 20t 늘렸다.

 

다목적 체육관 등 주민 편익시설도 들어선다.

 

의정부시는 기존 소각로의 수명을 고려해 2023년 말 새 소각로 가동을 목표로 이르면 2021년 상반기 착공하기로 했다.

 

의정부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이런 계획을 해당 지역과 인접 지자체 주민들에게 설명했으나 예상대로 반대에 부딪혔다.

 

자일동 주민들은 "지금도 여름이면 환경자원센터 악취에 시달리는데 소각로까지 설치하면 가중된다"며 "변전소와 쓰레기처리시설 등 혐오시설만 옮겨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신도시인 민락2지구 주민들까지 반대에 가세했다.

 

자일동이 시 경계에 있는 탓에 5㎞가량 떨어진 양주·포천시도 반발하고 있다.

 

양주시의회는 최근 '의정부시 자원회수시설 이전 건립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려다가 양주시가 나서도록 했다.

 

양주시의원들은 "기존 소각로 운영을 중단하고 이전하려는 것은 인접 지자체에 피해를 떠넘기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포천·가평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도 소각로 이전을 반대했다.

 

김 의원은 최근 산림청장과 국립수목원장을 잇따라 만나 "생물권보전지역인 포천 광릉숲이 소각로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각로 이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배출에 대해 우려 때문이다.

 

과거 대기오염 물질을 마구 배출하면서 소각로는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배출 물질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지만 2016년 검찰이 발암·오염 물질 배출량을 허위로 측정한 환경관리업체와 대행업체를 무더기 적발, 이 같은 걱정을 더 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시는 "1년에 두 번 다이옥신을 측정하고 있는데 아예 검출되지 않거나 0.004ng 수준으로 검출돼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법정 배출허용 기준치는 0.1ng이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분리수거가 잘 돼 소각로 운전온도가 섭씨 1000도 이상을 유지, 완전 연소로 다이옥신이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고 의정부시는 설명했다.

 

기존 소각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는 만큼 의정부시도 이전 계획을 바꿀 수 없는 입장이다.


의정부=송동근 기자 sd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