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믿고 대선에 뛰어들었지만 맥없이 주저앉았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임기단축 등 거창한 목표는 공항철도 티켓 2만원 구매 시도, 외제 생수, 퇴주잔, 나쁜놈 발언 등 자질구레한 사안에서 촉발된 부정적 여론에 덮였다. 언론이 원수 같았을 것이다. 유엔사무총장으로 받던 의전에 익숙한 그의 멘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행정의 달인’ 고건 전 총리도 정치적 멘탈은 유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건씨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한마디 하자 대권 도전의 꿈을 접었다. 검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외곬 공무원들의 멘탈이 의외로 약하다고 한다. 그런 정신 무장으로 어떻게 정책을 결정하고 조직을 이끄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멘탈에는 다들 놀란다. “특정 부위 점이 없다”는 의료기관 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여배우의 스캔들 주장이 허위라고 덮어버렸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 논란으로 아내가 위기에 처하자,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부터 조사해야 한다며 찰거머리 작전을 펼쳐 돌파했다. 친형 강제입원건과 관련해서는 “진주 방화 살인사건을 보라”며 당사자(환자)가 거부하는데 ‘의사 대면진찰→ 입원’이 가능하냐는 논리로 반격했다. 행정입원의 정당성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무소속 손혜원 의원도 멘탈에서는 지지 않는다. 목포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직후 빙상계 성폭력 기자회견을 했다. 목포지역구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에 대해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역공해 항복을 받아냈다. 정치인이 살아남는 방법은 혀를 차게 한다. 얼굴이 두껍다는 말로도 모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