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을 앞둔 광주 한 주택재개발조합의 정기총회를 참관한 적이 있다. 총회에서 조합 현황을 설명하던 사회자의 말에 귀가 쫑긋했다. 그는 “현재 조합원 60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새로운 조합원이다. 그래서 조합원 관리가 쉽지 않다”고 했다. 주택재개발조합을 조직할 당시 조합원 대부분은 이웃사촌인 동네 주민들이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동네 주민들은 떠나고, 외지인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얘기였다.
주거환경이 낙후된 지역에 도로·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새로 정비하고 주택을 신축하는 게 주택재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의 취지는 서민의 주거안정에 있다. 광주에서 이 같은 주택재개발사업은 34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면적은 288만2729㎡로 서울 여의도 면적(290만㎡)과 맞먹는다. 계림동과 학동 등 구도심인 광주 동구에 절반가량(15곳)이 몰려있다. 8개 주택재개발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계림동의 경우 밤낮없이 타워크레인과 트럭들이 움직여 거대한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주택재개발사업의 광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주택재개발사업 구역마다 원주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 언론기관이 지난해 주택재개발사업을 마친 광주 한 재개발조합 조합원들이 실제 아파트에 얼마나 사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주택재개발 추진 당시 조합원 290명 가운데 62명만이 아파트를 분양받아 살고 있었다. 조합원 입주율이 21%에 불과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광주에서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막대한 개발 이익이 생겼다. 하지만 개발 이익을 챙긴 대부분은 원주민이 아닌 분양권을 매수한 외지인들이었다.
한현묵 사회2부 기자